판타지 장르를 여캐보는 맛으로 보는 사람이라 남자아이돌물은 안 봤는데 모종의 계기로 보게 되었다.
이거 재밌다. 원래는 볼 생각 없었고 친구가 하도 재밌다고 노래를 부르길래 사회생활을 위해 조금 봤는데, 어쩌다보니 멱살잡혀서 90화까지 봤다.
앞으로 연재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지금까지 풀린 분량은 재밌음.
시작은 익숙한 클리셰에 따라 공시생이 환생을 한다.
아이돌 데뷔 안하면 죽게된다는 통보를 받고, 주인공은 생존을 위해 아이돌 오디션 프로에 도전하게 되는데....
노골적으로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참고했다.
오디션 프로가 세상 악랄한 프로그램으로 나오는데 솔직히 프듀 세상 악랄한 프로 맞았고 조작까지 했으니 욕 먹어도 싸다.
주인공 문대의 전생은 데이터 팔아서 돈 벌던 대포로 나온다. 시세를 알기 위해 각종 커뮤니티 눈팅을 해서 아이돌판의 마스터가 되었다는 설정이다.
남자아이돌을 딱히 좋아하진 않지만 돈미새라서 자료조사를 열심히 한 덕에 남자 아이돌계 생리에 대해서도 잘 안다고 나온다. 거짓말 같다.
이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대부분 서술돼서 서술트릭이 종종 사용되는데, 개인적으로는 문대가 내숭 떠는 것이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생계형 데이터팔이가 오디션 프로에서 해서는 안되는 짓까지 하나하나 다 꿰뚫고 있다고? 오히려 문대는 전형적인 서바이벌에 미친 시청자다...
먹힐 컨셉 안 먹힐 컨셉에 단호하게 자기 주관이 있을 정도면 최애 없었어도 매일 관련 커뮤니티에서 굴렀다고밖에 할 수 없음.
데이터팔이가 사실은 아이돌판에서 그다지 좋은 이미지는 아니다.
일단 굳이 못 간 스케쥴의 데이터를 사서 자기가 찍은 것 마냥 SNS에 올리는 것 자체가 머글이나 라이트 덕후 시각에서는 이해 불가능한 일이고
(물론 아이돌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의 80% 가량은 머글 시각에서 이해 불가능하긴 하다)
모두가 대포의 사진은 좋아하지만 그 사진을 찍는 대포의 행동을 좋아하긴 좀 힘들다.
특히 데팔은 선금을 받으면 결과물을 무조건 내야 하니 무리하게 찍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과정에서 공공질서에 혼란을 주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래서 문대가 굴러도 안 불쌍함. 업보다!
아무튼 해박한 문대 덕분에 아이돌 팬클럽 n년째 갱신중인 나도 처음 듣는 얘기를 정말 많이 알게 되었다.
문대는 정말 나도 처음보는 커뮤니티까지 도는 것 같고... 그리고 작가는 이 모든 커뮤니티의 특성을 정확히 캐치해냈다.
나오는 커뮤니티마다 실제 커뮤니티랑 매칭도 가능할 정도.
문대가 진짜 트위터 과몰입러나 할법한 이야기를 종종 진리인 것마냥 얘기할 때가 있어서 그렇지...
이 소설을 추천해준 친구의 평가에 따르면 해박한 전문성과 적절한 사이다와 고구마의 비율이 환상적인 작품이란다.
고구마-사이다 분석은 어지간하면 잘 하지 않는 편이라 나는 그 부분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이미 수많은 유사 오디션프로로 검증된 프듀의 스케쥴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악랄함은 배로 높혔기 때문에 자극적인 재미가 없을 수 없다.
현실이라면 징계먹고 방송정지 당했을 수준임ㅋㅋㅋㅋㅋㅋ
나는 캐릭터 구축이 잘 된 아이돌 소설이라 생각했다. 문대가 커뮤인간이라 그렇지... 겉보기만 보면 전설적인 아이돌 수준이다.
무뚝뚝해 보이는데 알고보면 가슴 따뜻하고(오해) 주변 잘 챙기며(다른 꿍꿍이 있음) 무대도 열심히 하고(안 죽으려고) 실력도 좋다(상태창 보정)...?
그런 애가 무대 완벽하게 한 순간에 처음으로 씩 웃었다? 팬싸가면 최선을 다해서 노력한다? 덕후들 돌아버리는 거임.
문대뿐만 아니라 뇌청순 무대 천재, 정치력 높은 핵인싸, 사회생활 트라우마 있는 순둥이, 공기, 아재느낌나는 진지한 천재....
감초같은 캐릭터성으로 재미도 주면서 덕질할 여지도 남겨줘서 입맛에 맞게 골라먹기 좋다.
다만 읽으면 읽을 수록 뭐라해야되지... 트위터에서 내가 돈을 이만큼 냈는데~~아이돌놈은 노동을 안 하고~~ 하는 사람들 생각남.
문대가 니즈 충족하는 쪽이 그런 부류의 인간들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본인의 사고회로도 그쪽이랑 비슷하고.
문대가 완벽 아이돌이란 건 좋은데... 그게 문대가 티타늄 멘탈이라 가능한 거지 현실에서 문대같은 아이돌이 나올 수 있을 거라 보지 않거든요.
아이돌과 팬의 관계가 어그러질 때를 보면 귀책사유가 100% 아이돌에게 있는 경우는 거의 없잖아요. (아이돌만 잘못한 케이스는 보통 사회면에 뜬다)
아이돌 팬의 시각으로 보면 사이다 샤워하는 기분인데,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구마 씹는 기분 드는 이상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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