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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판타지)·라이트노벨

[라이트노벨 리뷰] 풀 메탈 패닉! - 때늦은 감상

오디오드라마 베리메리크리스마스 키비쥬얼

 

90년대에 연재 시작한 물건을 2019년부터 보기 시작해서 2020년에 겨우 다 봤다.
90년대에 내가 상상한 2020년은 정말 아득한 미래 느낌이었는데 생각보다 엄청 크게 변한 것은 없다.
서울의 지하철 노선이 거미줄 같아졌고 사람들이 이젠 지하철에서 조는 대신 스마트폰을 한다는 정도.
발전은 기술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비용의 문제이기도 한 탓이다.
IoT 기술을 활용하여 미래주택 같은 집에서 살 수도 있지만 현실은 허구헌날 상수도관 터지는 낡은 아파트이며
회사는 맨날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네 안하네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막상 업무는 불필요한 장부 작성의 연속.

풀메탈패닉도 마찬가지다.
뭐 세세한 총기 이름이나 실현 가능한 기술의 범위는 다르겠지. 그럼 뭐함.
전화도 하고 문자도 하고 연애질도 하고 할 거 다 하는데. 지금 살아가는 모습과 큰 차이는 없다.
연재 시작은 90년대지만 종료가 2010년인 영향도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요는 지금 읽어도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개그코드가 조금 올드하다고도 볼 수 있는데 요즘 개그 스타일이랑 잘 안맞는 나로선 오히려 풀메탈패닉의 코드가 더 좋더라.



1. 밀덕이 아닌 사람

내가 회사 밥 먹는 사람이라서 나이도 좀 있고, 풀메탈패닉 애니가 실시간으로 나올 때도 덕질을 했었건만...
'풀 메탈 패닉!'의 이름이 '풀 메탈 패닉!'이라는 이유로 큰 관심을 둔 적은 없다.

작가가 밀리터리 덕후인 덕분에 다른 묘사는 딱히 자세하지 않은 것 같은데 총기나 무기 등등 군사 관련 부분만 미친듯이 세세하다.
문외한이 적절한 독해능력을 갖췄다는 전제 하에 이해할 수 있도록 기술해놨으며 인내심을 가지고 보면 나름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묘사다.
그러나 어쨌든 처음 볼 땐 상당히 난감했다...
나는 '소스케의 AS가 짱짱 쎄서 원펀치로 짱짱쎈 적을 이길 수 있었다' 정도의 묘사면 충분한데.

외전은 무기 묘사가 그나마 덜해서 읽기가 그나마 낫다.
이것도 도쿄에서 일어난 일을 다루는 외전에 한정되지만.

외전 이야기 나온 김에, 이 23권이나 되는 소설의 반 정도가 외전이다.
연재될 당시에는 괜찮은 시도였던 것 같은데,
세월이 오래된 지금 시점에 정주행을 하면 외전 분량이 너무 많아서 본편 읽는데 방해되는 수준이므로 베리메리크리스마스 이후에는 외전을 몰아보고 본편을 한번에 보는 것을 권함.
본편에 외전 떡밥이 가끔 나와서 아예 뒤로 미루기는 또 그럼.
중간에 한번 쉬어갈만한 곳이 베리메리크리스마스라고 생각된다.
외전 자체는 오히려 본편보다 진입장벽이 낮은데 외전만 볼거면 쿄애니의 불후의 명작 후못후 애니메이션이 더 나은 거 같기는 함.



2. 텟사와 카나메

베리메리크리스마스까지 내게 있어 텟사는 음...옛날의 모에코드란 이런 것이었구나...같은 느낌이었다면
후반부에서는 서사가 텟사 위주라 저는 텟사 팬클럽 회원이 되어버렸습니다.
텟사의 매력은 베메크 이후부터가 진짜다.

그렇다고 '텟사냥 귀여워~~' 같은 느낌은 아니고.
여린 친구가 참아가면서 할일 다하는 부분에서 큰 매력을 느꼈음.
그리고 그걸 힘겹고 고통스럽게 해낸다는 부분이 좋았음. (고통받는 캐릭터 좋아함.)
텟사가 소스케 쫓아다닐 땐 영 별로였는데 상황이 급박해지니 사랑을 후순위로 일을 선순위로 하는 그 모습을 보고 저는 그녀에게 반했습니다.

카나메는 너무 과격하다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학교를 폭탄으로 부숴대는 남자를 품으려면 그 정도의 강단은 있어야 한다.
최근 일본 서브컬쳐 쪽에서는 보기 힘든 캐릭터라 카나메 볼 때마다 리프레시되는 기분이고 덩달아 평가가 후해지는 느낌이기도 함ㅋㅋㅋㅋㅋㅋ

쿄코나 텟사는 애니메이션화 과정에서 매력이 더해진 느낌인데 카나메는 아닌 것 같아 아쉬운 지점이 있기는 하다.
그..카나메 예쁘다는 느낌이 많이 안 들어서 안타까움.
작중에서 카나메 예쁘다는 묘사가 밥먹듯이 나오기 때문에 더더욱.



3. 소스케

진짜 오랜만에 보는 잘생기고 강한 주인공이다. 반가워.
외전과 본편의 갭이 굉장히 크다.
외전에서는 삽질만 하는데 본편에서는 간지폭풍이며 심지어 성장하면서 그렇잖아도 멋있는 캐릭터가 더 멋있어진다.

애니메이션은 넷플릭스에서 한국 더빙판을 제공하는지 안 제공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찾는데 실패했으므로 그냥 일어판으로 좀 보다 말았는데..
어쨌든 캐릭터 덕질할 거면 애니메이션을 보십시오.
일단 움직이고 보이스가 붙어있으니까 확실히 느낌이 다름.
솔직히 소설에서는 삽질하거나 쌈박질만 해서 쟤 잘생겼다는 느낌이 잘 안 와닿는데
애니메이션으로 보면 그림을 잘생기게 그려놔서 잘생겼다는 것이 체감이 됩니다. 목소리도 잘생겼음.

여담인데 예전에 코가미(사이코패스 주인공) 덕질하다가 성우 관련 이야기보고 와장창해서 심하게 충격받았던 전례가 있는데 이번에는 미리 알고 봐서 괜찮았다...
세키 토모카즈의 과거 이력에 대해 처음 안 게 2014년이라 2020년의 나는 이제 별 감흥이 없어졌다.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심지어 이 소설 아주 후반부에 사죄배상 드립 나옴.^^......
이젠 그걸 봐도 '아 이거 일본 책이였지? 오호호!' 할 수 있는 멘탈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 볼 땐 억울하고 답답했는데 장르 터지는 걸 거의 10년 가까이 보다보니...ㅎㅎㅎㅎ

근데 이 이후로 나도 일본 라노벨 손절하긴 함. 피곤하다...구작은 터지고 신작은 노잼이고...


나라 이야기 나온 김에. 조금 마음에 걸리는 것이 사람들이 소스케한테 '너는 너무 착해. 총을 들 운명이 아니었어.' 라고 하거든요?
근데 내 주변 지인의 반 이상이 몇년 동안 총 들고 총 쏘다가 온 사람들이라 느낌이 많이 이상했음.
그 사람들도 절대 총 쏠 사람들은 아닌데 나라에서 불러서 간거니까요.
덧붙여서 작품에서 파괴된 도쿄를 보며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는 듯한 묘사가 나오는데...서울은 안전하다 해도 아직 휴전 중이라 기분이 묘했다.
만약 서울이 저렇게 파괴되면 나는 슬프긴 하겠지만 '올 것이 왔구나.' 이상의 생각은 하지 않을 것 같다.

아, 소스케가 대형견 같다는 묘사가 종종 등장하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2020년의 간지와 터프함을 상실한 하렘물 남자주인공들을 감안했을 때 그런 비유는 적절치 않다.
소스케가 이야기 전개되면서 사람 되어간다는 느낌이 강해서 더더욱.
(점점 원하는 것이 많아지는데 그 묘사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가 소스케 상벤츠라고 그러던데 그건 굉장히 동의한다.
우리 어머니께서 가끔 TV 보면서 "저런 스타일이 결혼하면 딱 좋아."라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소스케가 딱 그쪽이다...헛짓 안하고 가족 안 굶길 스타일.
이제 외벌이로는 힘든 시대에 부적합한 구시대적인 비유인데...이 구시대적인 비유가 딱 맞는 것을 어떡합니까.



4. 가우룽과 레너드

개인적으로 가우룽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하진 않지만 가우룽이 이 작품에서 한 역할은 굉장히 좋아한다.
바퀴벌레처럼 악역을 멋있게 수행해냈다. 그게 좋다는 거다.
하지만 그 여파로 레너드와 그 친구들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옛날에 MBC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 죽자마자 왜 사람들이 죄다 완결 전에 자진하차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5. 홍콩 에피소드와 취향

이 장편 중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은 홍콩 에피소드와 소스케의 선언 두 가지임.
홍콩 에피소드가 재밌었던 이유는 뭐 여러가지 있겠지만 주인공의 성장이 돋보여서 그렇다.
성장물 좋아합니다...얼마나 좋아하냐면 그것 때문에 하렘 여동생물을 참고 볼 정도로 좋아합니다...
(하렘은 좋아하는데 여동생은 용납 못함)
일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근데 그것도 하네?

또, 카나메가 외전에서는 날라다니지만 은근히 본편에서는 맨날 잡혀가고 소스케한테 의존을 많이 한다.
뭘 해도 소스케나 다른 캐릭터를 어시스트한다는 느낌이 강한데,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던 것이 홍콩 에피소드다.
전개가 좀 무리수긴 한데 그건 라노벨이니까 괜찮고 어쨌든 남녀 주인공의 행적이 모두 마음에 들었다.

소스케의 선언(이 정도로만 써도 알아먹을 사람은 다 알아먹겠지)이 좋았던 이유는 그 씬 자체가 좋았다는 느낌보다는 걍 대사의 흐름이 좋았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오히려 주변인물의 반응은 이해 잘 안간다는 느낌이 강했음.
일본은 저렇게 반응하나.. 같은 느낌? 약간 화내는 포인트가 미묘하게 달라서...

내 취향이랑 잘 맞는 부분이 저 소설에 여럿 있는 건 당연하다.
풀메탈패닉은 당시 먹힐만한 상업적 요소가 죄다 포함되어있었던 할리우드 뷔페같은 라노벨이었다.
이 중에 니 취향 하나 있겠지 싶은 수준.
'뭐, 메카가 싫다고? 그럼 일상 개그물은 어때? 로맨스는? 성장물은? 하렘(?)은? SF랑 전쟁도 있어!!' 이런 느낌.



6. 2021년

재밌었다. 이거 보고 만화 라노벨 애니 다 접고 웹소설로 갈아탔지만,,,
사실 이 리뷰는 작년 초에 웹소설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썼던 리뷰를 조금 수정해서 올리는 것임.
그 이유는 요즘 웹소설 보니까...음... 장르소설이란 기본적으로 국수주의와 왜곡된 애국심을 기본적으로 깔고가는 문화 컨텐츠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관련 내용에 대해 길게 쓴 문단을 아예 들어내고 좀 고쳐서 글을 업로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