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봤던 책도 다시 읽자 - 전지적 독자 시점 단행본 1권 리뷰 및 연재분과의 비교 (1) (Prologue ~ Episode 1)
2. 봤던 책도 다시 읽자 - 전지적 독자 시점 단행본 1권 리뷰 및 연재분과의 비교 (2) (Episode 2 ~ 5)
3. 봤던 책도 다시 읽자 - 전지적 독자 시점 단행본 2권 리뷰 및 연재분과의 비교 (Episode 6 ~ 10)
나는 작년에 전지적 독자 시점을 3일 동안 본 후 이런 글을 쓰고 지금까지 잊고 지낸 사람이다.
아니, 완전히 잊고 지내지는 못했는데, 수많은 판타지 소설에 도전하고 중간에 덮는 일을 반복하면서
전독시는 내 안에서 '재밌는 소설'에서 '명작'으로 평가가 상향되었다....
다른 볼 게 많아서 재독은 안하고 있었는데, 마침 단행본이 나왔다는 소식이 들려서 단행본과 비교도 할 겸 재독해봄.
내가 문장 단위로 비교해가며 변화점을 집어낼만큼 전독시 오타쿠는 아니라서 모든 내용을 짚고 넘어가긴 어려움.
그냥 단행본과 연재분 사이에서 구매를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작은 도움이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겸사겸사 전독시를 초독했을 때의 경험과 재독했을 때의 경험이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 짚고 넘어갈 예정.
단행본 1권은 연재분 1화에서 25화까지의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에피소드 1~5까지 내용이 완전히 수록되어있고, 에피소드 6은 중간에 잘려있긴 한데...금호역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부 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아래 내용부터는 '전지적 독자 시점'의 결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
시리즈 어플리케이션의 기능 부족으로 인해 모든 문장은 '전지적 독자 시점'의 연재분에 나온 문장을 가져왔다.
(1) Prologue.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가지 방법 & Episode 1. 유료서비스 시작
에피소드 1은 '전지적 독자 시점'이 전개될 배경에 대한 설명도 해주면서 지하철 객실 내의 배틀로얄(?)을 다루는 에피소드다.
장르소설 덕후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유명한 '독독삶' 대사가 나오는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그 앱 알려주셔도, 소용없을 거예요."
지금 내 삶의 장르가 명백한 '리얼리즘'이라는 것.
"독자에겐 독자의 삶이 있는 거니까요."
"네? 그게 무슨......"
"그냥 그런 사람도 있는 거예요."
-전지적 독자 시점 2화 中
'독독삶'을 처음 봤을 때 내가 느꼈던 경악스럽고 황당했던 심정과는 별개로 저 '독독삶' 장면은 정말 중요하다.
김독자와 유상아의 간단한 대화만으로 '김독자'라는 캐릭터가 이 모든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자신의 삶을 어떤 태도로 헤쳐나갔는지 보여주고
김독자가 가진 마음의 어두운 측면을 '전지적 독자 시점'의 독자들이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또한 이 장면은 작품과 김독자가 어떤 행보를 걸어갈지에 대한 힌트가 되는 동시에 '제4의 벽'을 비롯한 중요 떡밥을 눈치챌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역할한다.
겸사겸사 남들이라면 당황할 법한 말에 '좋은 이야기'라고 말하고 '나에게도 상아의 삶이 있겠네요'라고 말하는
유상아의 천사같은 성품과 아름다운 사회성이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하다.
근데 저 대사 직전 장면인, 지하철에서 웹소설 읽는 김독자의 모습이 단행본 일러스트로 추가되었다.
그 일러에서 김독자가 너무 잘생긴 바람에...왠지 유상아가 김독자 잘생겨서 무슨 개소리를 듣든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지는 부작용이 생겼다...
멀쩡히 남아있는 씬이 일러스트 하나 때문에 다르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지만, 진짜 내용이 확 바뀐 장면도 있다.
김남운이 할머니를 골라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던 장면은 어떤 할아버지에게 '오래 산 사람이 죽는 것이 맞다'며 죽음을 종용하는 장면으로 바뀐다.
둘 다 몹쓸 정신머리인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김남운의 폭력적인 성향에 가려진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더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 외에도 김독자가 가지고 있던 웹소설 오타쿠적 면모가 아주 조금씩 잘려나갔다.
김독자가 읽고 있던 소설인 '멸망 이후의 세카이'는 '멸망 이후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바뀌어 머글 앞에서 말하기 덜 부끄러워졌고,
'얼타지 말라'고 말하던 김독자는 표준어 지킴이가 되었다.
와중에 '멸살법'의 팬이지만 유료화는 좀 부담스럽고 '텍본'이라는 말도 자연스럽던 김독자가 유료화에 기뻐하고 텍본이란 단어도 안 쓰게 된 건 덤...
김독자가 가진 '웹소설 독자'라는 측면보다 '멸살법 처돌이'라는 면모를 좀 더 강조하는 방향으로 대사가 전반적으로 수정되었다.
사실 웹소설 제목이 머글 앞에서 말하기 노골적으로 부끄러운 것도 있고, 다른 글에선 절대 안 쓰이는데 웹소설에서만 이상한 방향으로 쓰이는 단어들이 좀 있는데... 그런 포인트들이 아예 잘려나간 건 안타깝다.
Episode 1을 재독할 때 처음 알아챈 포인트는 이 에피소드가 대놓고 수많은 대중문화 컨텐츠를 오마주했다는 것이다.
-[당신들은 너무 오래 공짜로 살아왔어요. 인생이 너무 후했죠? 태어나서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잘도 숨을 쉬고, 밥을 먹고, 똥을 싸고, 제멋대로 번식을 해대고! 하! 여러분 정말 좆같이 좋은 세상에 살았네요!]
-전지적 독자 시점 3화 中
- "씨발, 뭐야! 왜 안 죽어! 왜 안 죽는 건데!"
55초. 50초. 45초.
나이프는 계속해서 생채기만을 남겼다.
핏줄기는 흘렀지만 칼날은 살가죽 아래를 헤집지 못했다.
-전지적 독자 시점 6화 中
- 김남운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사람들의 머리가 터져 나가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폭죽처럼 터져나가는 머리들
- 전지적 독자 시점 6화 中
이 외에도 폐쇄된 공간에서 서로를 죽인다는 설정에서는 영화 '배틀로얄'이 떠오른다. 대충 찾았으니까 실제로는 더 많겠죠?
'소드 아트 온라인'의 장면은 내가 써놓고도 좀 과잉해석 아닌가 싶긴 한데,
어쨌든 이 에피소드가 대놓고 여러 문화컨텐츠에서 많은 설정을 가져왔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걸 제발 좀 알아달라는 늬앙스마저 느껴진다.
이런 오마주의 의도는 '앞으로 이 이야기는 각종 웹소설에 대한 오마주가 많을 테니 그걸 제발 알아달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글이 예상보다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Episode 2부터의 내용은 다른 글에서 이야기해볼 예정.
이 글은 Episode 1의 감성적인 엔딩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지하철의 새카만 창문에 내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거울을 보면서도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표정.
나는 뺨 언저리에 묻은 핏자국을 문질러 닦았다. 핏자국은 지워지지 않았다. 알고 보니 유리창에 묻은 피였다.
- 전지적 독자 시점 6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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