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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판타지)·라이트노벨

봤던 책도 다시 읽자 - 전지적 독자 시점 단행본 2권 리뷰 및 연재분과의 비교

1. 봤던 책도 다시 읽자 - 전지적 독자 시점 단행본 1권 리뷰 및 연재분과의 비교 (1) (Prologue ~ Episode 1)
2. 봤던 책도 다시 읽자 - 전지적 독자 시점 단행본 1권 리뷰 및 연재분과의 비교 (2) (Episode 2 ~ 5)

3. 봤던 책도 다시 읽자 - 전지적 독자 시점 단행본 2권 리뷰 및 연재분과의 비교 (Episode 6 ~ 10)

 


 

2권은 안 사려고 했는데, 유중혁의 분량이 많아서 샀다. SNS에서 유중혁이랑 김독자랑 대화하는 씬이 엄청 변경됐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생각보다 변경된 것이 거의 없다시피 했고,,, 가난한 오타쿠는 이지혜 일러스트를 쓰다듬으며 울었다,,,

전 글과 마찬가지로 스포일러 밭임.

 

 

 

 

 

1. 김독자와 유중혁

나는 <전지적 독자 시점>을 처음 읽고 '도대체 김독자와 유중혁의 2차 커플링이 흥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소감을 지인들에게 남겼다.

근데 재독을 하고서야 보였다. 1차 헤테로만 파는 내게도 분명하게 보이는 묘한 관계성이...

뭐 덕후들의 심정이 어떻든, 김독자가 유중혁에게 가진 감정은 꽤 복잡하며, (당연하게도) 성애적인 요소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김독자는 유중혁을 '중2병 싸이코패스 개복치'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그다지 우호적으로 서술하지도 않는다.

 


혼자 중2병에 쩔어가지고.

 

- 전지적 독자 시점 29화 中


 

하지만 그 우호적이지 않고 감정적인 서술은 유일하게 유중혁만을 향한다.

이건 당연한 일인데, 김독자는 중학생 때부터 '멸살법'을 보면서 유중혁과 내적친밀감을 쌓아왔음.

근데 저 '내적친밀감'이... 단순한 친근감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네가 왜 혼자야? 네가 병신같이 '극장 던전'에서 죽었을 때도, 죽은 여동생 안고 징징거릴 때도, 예언자한테 뒤통수 맞고 뒤졌을 때도! 네가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를 낳았을 때도...!"

그 이야기를 하면서, 기이하게도 나는 다른 기억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한 글자, 그리고 한 글자. '멸살법'을 읽으며 살아온 내 오랜 기억들.

"아이가 죽은 후 네가 미쳐서 날뛸 때도!"

복잡했던 가정사와, 일진들에게 두드려 맞던 10대의 기억.

"마왕과 싸우고, 귀환자들과 대적하고!"

선임들의 부조리에 치였던 군대의 악몽들.

"이계인들을 돕고, 빌어먹을 환생자들과 맞서 싸우고! 마침내 성좌들 앞에 섰을 때도!"

취업을 위해 몸부림치고, 상사들한테 비열한 아부를 하며 하루를 버티던 날들. 오로지 살기 위해서. 살기 위해 하루를 살아냈던.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너를 보면서!"

그럼에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가 읽을 수 있는 한 편의 소설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던.

 

- 전지적 독자 시점 41화 中


 

'김독자'라는 캐릭터는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자기 자신을 굉장히 혐오하는 캐릭터다.

그리고 그 자기혐오는 김독자가 자기 미래에 대한 희망조차 가질 수 없게 함.

김독자는 그 대신 자신과 작은 공통점이 있는 유중혁이란 캐릭터에게 희망을 가지고, 유중혁에 이입해서 '멸살법'을 읽어나간다.

자세히 보면 김독자가 욕하는 '중2병'이니 '사이코패스'니 하는 유중혁의 모습은 김독자 본인이 어느 정도 보여주는 모습이다.

(이건 드립이지만) 마치 현생을 버리고 게임캐릭터의 인생에 올인하는 겜덕들 마냥

김독자는 현생에 대한 꿈을 버리고 텍스트 세계 속 유중혁의 인생을 관전하며 대리만족하며 살아왔다.

 

김독자는 멸살법이 달력 보는 것보다 재미 없다는 언급까지 했다.

이건 단순하게 오래된 덕후가 애정작의 단점을 집어내 욕하는 심리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김독자는 유중혁의 행복을 보기 위해 그 긴 세월동안 인내한 걸지도 모른다.

 

내가 발췌한 저 장면 직후에 김독자가 가진 '제4의 벽'이 흔들리는 묘사가 나온다.

이는 유중혁이 소중해서 김독자가 진심으로 이야기에 몰입을 시작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김독자가 처음으로 유중혁과 '이야기'에 몰입해있는 자신의 상태를 문장으로 인정했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2. 변경된 장면과 대사

- 26화에서 유상아와 정희원이 월경 때문에 난감해하고, 정희원의 '여자들만의 비밀'이라는 드립에 김독자가 '남자만의 비밀'이라며 응수하는 장면이 싹 사라진다. 대신 김독자는 '종교활동'을 핑계로 지상에 올라간다. 덕분에 27화에서 정희원의 무교 설정이 밝혀진 것은 덤.

- 32화에서 김독자가 유상아의 허벅지를 베고 잠들었던 장면이 유상아가 쓰러지는 김독자를 안아주는 장면으로 변경된다. 하지만 이현성 허벅지 위에서 눈을 뜨는 장면은 바뀌지 않았다.

 


 

시뮬라시옹의 소멸에 대해서도 할 말이 정말 많은데,

이건 내가 뒤의 떡밥도 같이 확인해봐야 하고, 시뮬라시옹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이번엔 그냥 패스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