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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판타지)·라이트노벨

[판타지 웹소설 리뷰] 문과라도 안 죄송한 이세계로 감 - (1) 빠바빨간맛, 궁금해 허니

 


망해가는 출판사의 편집자 김정진은 소설 속으로 가
갑부집의 무능한 막내아들에게 빙의한다.
직장인의 꿈, 돈많은 백수가 되나 했더니...
'왜이렇게 능력치를 높게 줬어! 백수도 못 하게!'

#이세계에서_땅투기하는_판타지 #하는김에_동급생_왕_되는_것도_도와줌 #마법도_씀 #문송안함


 

'문송안함'이라는 약칭으로 더 잘 알려진 소설. 2021년 6월 현재 절찬리 연재 중이다.

작년에 5화 정도 읽었는데, 재미 없어서 그냥 읽다 말았다. 근데 나를 데못죽으로 이끈 친구가 강권하길래 이것도 잘 맞을까 싶어서 다시 읽어봄.

그 친구 말에 따르면 '부동산 투기'와 '독식'은 70~100화 정도까지만 열심히 하니 참고 읽으라는데,

개인적으로는 클레이오가 마법 제대로 쓸 때까지만 보고 달릴지 말지 결정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부동산 투기랑 독식은 후에도 가끔 종종 해서...

나는 오히려 초반부보다 세계관 떡밥 살포를 시작하는 150~250화 이 부근이 읽을 때 힘들었다. 근데 300화 쯤 가면 또 미친듯이 재밌음.

300화 가량이 빌드업에 할애되기 때문에 좀 루즈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차근차근 쌓아온 떡밥이 터지는 후반부부터는 루즈한 대목도 납득이 감.

 

'문과라서 안 죄송한 이세계로 감'보다는 '이세계 소설 읽는 독자가 문과생이 아니라서 죄송합니다.'가 좀 더 어울리는 제목이 아닐까 싶다.

풍요롭고 해박한 배경지식과 드문드문 튀어나오는 사상가의 발언이 문과생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심지어 지리 묘사까지 완벽하다. 재와 강의 도시 파트 보고 기절할 뻔했다.

근데 아무것도 몰라도 읽는 데는 큰 문제 없다. 설명을 상세하게 해주는 편이거든요.

그게 아니면 일반상식 수준을 상회해서 전공생이나 그 분야에 관심이 있지 않는 한 모를 내용인 거 같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 인문학적 지식과 함께 놓여 있는 것이.... 이런 말 쓰긴 좀 그런데 오타쿠 취향 그 자체이다. 피폐계 비극을 좋아하는 오타쿠들 취향.

대충 '거대한 운명으로 인해 산화하는 개인의 이야기'라는 말을 듣고 가슴이 뛰면 당신은 <문송안함>을 보시면 됩니다. 

클레이오가 마법 시전하는 것부터 오타쿠의 심장이 마구 뛰었고, 세계관 미친듯이 파고드는 것도 묘하게 오타쿠스럽다.

 


찬란한 마법식이 불타올랐다.

발동된 마법은, 바람의 수준이 아니었다.

폭풍이었다.

한 점으로 축소된 폭풍이, 소년의 서클 안을 세차게 흔들었다.

갈색 머리카락이 거칠게 휘날리고 교복의 재킷 자락이 완전히 뒤집혔다.

좁은 원 속에 갇힌 바람은 금빛 돌풍이 되어 하늘 높이까지 사납게 뻗어 올라갔다. 마치 태풍의 핵이 연병장 위로 현현한 것 같았다.


 

때문에 쉽사리 머글에게 추천하기 어려운 소설이다.

내가 오타쿠짓으로 허송세월하며 봐온 수많은 장면을 통해 나는 문송안함의 묘사를 그럭저럭 재현할 수 있는데,

이 묘사가 너무 애니메이션스러워서 애니메이션을 접하지 않은 독자층에게 와닿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음.

주위에 물어보려해도 내 머글 친구들은 한 때 오타쿠 판에 몸 담았다가 어른돼서 탈덕한 애들이라 소용이 없음ㅋㅋㅋㅋㅠㅠ

여담인데 마법 시전하는 건 진짜 마음에 들었는데, 칼 쓰는 묘사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 소설이 여성 캐릭터 활용 관련해서 칭찬을 받는 것 같은데 그 부분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디오네는 애니메이션에서 많이 보이는 전형적인 수완 좋은 여성 연장자 캐릭터고,

첼 또한 만화에서 자주 보이는 능력 좋은 학교의 왕자님(하지만 여자) 캐릭터. 이시엘은 충성스럽고 과묵하다. 역시 애니 볼 때 많이 봤다.

쌍둥이들도 어디서 본 거 같음.. 그 아이돌 마스터라고 있음...

여성 캐릭터는 이렇듯 꽤 전형적이고 평면적인데, 남성 캐릭터에는 서사가 덕지덕지 붙어 전형적인 캐릭터에 개성을 불어넣는다.

아서, 프란, 멜키오르, 아슬란이라는 캐릭터는 아예 스포일러 없이 설명할 수가 없다. 이 작품이 메인서사 진행에 여캐를 배제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오해를 좀 풀자면 여캐의 비중이 적고 역할이 작다기보단 고유성의 문제에 가깝다. 쌍둥이 없고 첼과 이시엘 중에 한 명 없애도 이야기는 잘 돌아간다.

즉, 재밌게 구축할 수 있는 캐릭터를 주인공 지원이라는 한정된 용도로만 반복적으로 써서 서사를 통해 입체성을 쌓을 기회가 아예 없었다는 의미.

다만, 여성을 물건으로 보지 않고, 여성 캐릭터가 스스로를 위한 목표를 가지고 자주적으로 움직이고,

근대 사회에서의 여성권익 신장을 위한 행보를 부정하지 않으며, 성희롱이 전무하다는 점에서는 좋긴 했다.

근데 이것도 이 소설이 여성 캐릭터 활용에 칭찬을 많이 들으니까 하는 이야기에요. 다른 소설이면 이런 부분에 대해선 아예 얘기도 하지 않았다.

+) 1부 후반에 잘 해주심. 작가님의 안배를 몰라보고 헛소리를 인터넷 공간에 써둬서 죄송합니다ㅏ...

 

특이하게도 작가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언질을 배제하는 판타지 소설의 요즘 경향과는 완전히 다르게  소설에서 심하게 빨간 맛이 난다.

왕가의 목을 치고 왕조를 멸해야할 때 주인공의 부와 명예를 보존하기 위해 뭔가 하다 말아서 홧병날 때 보면 좋다.

 


- 하여간 왕실은 인민의 적이고, 사회적 비용 상승의 주범이다.

 

- 뭐, 게다가 좋은 자본가는 죽은 자본가뿐이긴 하지.

 

- 와인은 도수가 너무 높아 정신을 흐리는 데다, 부르주아지들의 음료라 향도 맡기 싫댔지.


 

사회운동에 대한 시각도 굉장히 호의적이다.

노동자의 복지와 노동삼권, 앞서 말한 여성 참정권 등을 보장받기위한 사회 운동이 작중에 꽤 자세히 서술되어 있고 이 묘사가 아주 매우 호의적이다.

마르크스의 유산이 선명하게 남아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문과다운 소설이었다.

김정진씨 마치 본인은 꿘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왠지 학생 때 여건만 되면 시위도 나가고 (취준과 관계없는) 각종 학회와 세미나에 참여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자유경쟁체제를 곡해하여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걸 보고있느니 차라리 그냥 ㅃㅂ빨간맛~ 하는 소설이 더 편하게 읽혔다.

 

결론적으로 잘 읽었다. 근데 353화까지의 피폐향은 버틸만한데, 354화는 나도 버겁다.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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