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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판타지)·라이트노벨

[웹소설/현대판타지] 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 재독함

연재 당시에 앞부분 까먹어서 한 번 되돌아간 적이 있긴 한데, 어쨌든 연재 종료 후에 처음부터 끝까지 날 잡고 쭉 읽은 건 이번이 처음.

다시 읽을 생각은 없었는데, 일하기 싫어서 잠깐 웹못죽 봤다가 원작이 땡겨서 다시 읽었고... 그렇게 일주일을 날려버렸다.

연재로 볼 때와 몰아서 볼 때 감상이 조금 다른 편이라 보는 중간중간 이런저런 감상을 남겼는데, 그걸 정리해서 여기도 올려봄.

 

 

스포주의

 

 

1.

연예계물 현대판타지 웹소설에서 극중극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데못죽 재독 때도 그걸 절실히 느낌.

문대는 연기를 안 하지만, 테스타는 '아주사'로 데뷔하여 소속사 자체컨텐츠가 아주 흥한, 예능에도 강한 아이돌임.

그리고 백덕수 작가는 예능을 아주 찰지게 잘 써줬다.

 

'아이돌 주식회사' 파트가 워낙 재밌어서 그런지, 아이돌 주식회사가 끝나고 테스타가 데뷔하면 소설이 좀 재미없어진다.

연재 당시에는 라이징 덕질이 얼마나 재밌냐며 그런 의견 못 받아들이겠다고 펄펄 뛰었는데, 재독하니까 무슨 컨셉이 나올지 알아서 재미가 없더라..

그리고 케이팝 고증에 충실한 데못죽답게 신인시절의 노잼도 그대로 살려버렸음..

그 분위기가 청려가 오함마 휘두를때까지(오해 있을까봐 부연설명 좀 하자면 청려는 오함마를 쓰지 않음)  쭉 이어짐.

 

내가 80먹어도 계속 오빠인 오함마 오빠

 

다행히도 오함마를 기점으로 테스타가 출연하는 예능이 미친듯이 재밌어진다. 

 

데못죽에서 예능 프로그램은 '극중극'의 역할을 한다.

(아이돌 생활이 대개 그렇듯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멤버도 있지만 어느 정도 자신을 꾸며내는 멤버도 있고,

상황에 맞춰 이런 저런 '척'을 하지 않을 수 없으니 극의 의미를 넓게 보면 예능도 극중극이 아닐까.

데못죽이란 소설에서 시스템의 비밀을 파헤치는 부분을 제하면, 크게 앨범 활동을 하는 부분과 프로모션을 위한 예능을 다루는 부분으로 나눌 수 있고,

그 사이를 얽고 메우는 것이 박문대의 인터넷 여론전을 통한 사이다 무한제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무리 백덕수 작가가 기가 막힌 컨셉을 가져온다고 해도, 이미 한 번 익숙해진 컨셉은 처음의 선물포장 뜯는 느낌을 다시 주진 못하거든요.

게다가 요즘 초동 인플레이션이 돌아버려서 테스타가 아무리 많이 팔아도, 요즘엔 이것보다 더 팔지 않나 싶아서 카타르시스도 좀 떨어짐.

그러니까 일종의 극중극인 테스타가 나온 예능(아주사 포함)은 어쨌든 프로그램이라는 포맷 안에 남아있어서 시간의 흐름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테스타 활동은 그게 아니니 의외로 정주행할 때 음반 활동보다 예능과 (연재 당시에는 안 좋아했던) 박문다의 사이다 뿌리기를 더 재밌게 읽은 듯.

데못죽은 현장감을 셀링 포인트로 삼았던 웹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극중극이 있어 이야기가 세월에 휩쓸려버리지 않았다.

 

다만 백덕수 작가의 예능 취향이랑 내 취향이랑 접점이 거의 없다시피 하여 안타까울 때가 종종 있었다.

극한의 대중성을 내세운 컨텐츠 빼고 교점이 없다시피 한데, 생각해보면 나는 애시당초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현실 케이팝 남돌에 관심을 끊은 사람이라..

할 말이 없다ㅎㅎ

 

 

2.

원래 웹소설 장르가 인터넷 문화와 게임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은 장르이긴 하지만, 직업물에서는 그 영향이 조금 덜하다고 느껴왔다.

근데 데못죽은 특이하게 (인터넷 문화는 아이돌물이라 뗼 수 없는 영역이라 하더라도) 게임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음.

그리고 영향을 받은 컨텐츠도 (그나마) 데못죽의 타깃독자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만한 컨텐츠 위주임. Kaizo Trap이라든지 두근두근 문예부라든지...

 

두근두근 문예부 플러스가 출시된 걸 아십니까?

 

재독할 때 이 소설이 '최애가 사회면에 진출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덕질을 오래한 사회초년생 직장인 여성'을 타깃으로  잡지 않았나 싶었을 정도로...

글의 타깃 독자층을 꽤 좁게 잡지 않았나 싶었다.

직장인이 대리만족할 수 있는 요소가 곳곳에 포진해있고, 학생보다는 사회인 입장에서 쾌감을 느낄만한 사이다가 많았다.

제가 웹소설을 써본 건 아니라 예상 독자군을 어떻게 잡는지 몰라서 이런 얘길 하는 걸 수도 있는데...

아무튼 문대가 회사를 부숴줘서 행복했습니다. 나도 문대같은 사회인이 되어야지!

 

 

3. 

연재 당시에는 박문대가 '우리 멤버 중 반은 눈치가 없고, 반 이상은 여리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솔직히 멤버구성이 그렇기 때문에 박문대가 멤버들과 사이가 어긋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본인도 이렇게 좋은 인재들과 함께하여 천운이라 생각했던 것 같지만,

단순히 멤버들이 아이돌 활동에 의욕있고, 심성이 좋고, 연애에 관심없어서 그런 것만은 아님.

평범한 10대 후반~20대 초반 애들이라면 박문대 앞에서 벌벌 떨고 있었을 거예요, 민하처럼.

그의 사이다 행보... 연재로 읽을 때는 몰랐지만 몰아서 읽으니 좀 놀랍더이다.

아주사란 수라장을 헤치며 멤버들 사이에 연대감이 생긴 건 이해가 갑니다만,

어쨌든 또래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적은 친구들과 또래 다루는데 이골이 난 극단적 케이스로만 테스타가 구성되어

문대한테 벌벌 떠는 애들이 없었던 것 아닐까요.

 

 

4. 

연재로 읽을 때는 적당한 주기로 나왔던 문대의 사이다가 몰아서 읽으니 좀 휘몰아쳐서... 박문대의 사이다력에 압도당했던 듯.

문대 말고 인상이 크게 달라진 캐릭터가 있냐면 이세진과 류청우.

세진이는 문대와 비슷한데, 뭐 저는 최애캐가 세진이라서 걔를 말랑말랑 아기곰으로 모에화하긴 했지만, 어쨌든 생각보다 얘가 더 어리고 깔끔했다.

청우는 연재로 읽을 때는 유죄인간력에 압도당해 이게 사람 맞나... 이런 생각까지 했는데,

이야기를 한 호흡에 보니 좀 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데못죽에서 가장 빌드업이 길게 이뤄진 캐릭터인 듯.

여담인데 좀 쿠소 오타쿠 같은 얘기를 좀 하면, 유진이가 꿋꿋이 숨기려는 그의 풋볼코치같은 면모를 좀 더 보고 싶음...

 

어쨌든 내가 소설 후반부에 진짜 퍼스널한 이유(너무 개인적이라 여기 쓰지도 못함)로 인해 캐릭터를 향한 덕심이 모조리 식어버렸는데,

감정이 가라앉은 상태에서 읽어도 잘생기고 건장한 청년들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는 묘한 만족감을 주더라.

완결까지 가니 다 꺼진 덕심마저 좀 살아났는데, 최애는 없고 약간 올팬이 된 기분이다.

이거 묘하게 현실케이팝아이돌 올팬으로 빠지는 루트랑 비슷한데...?

 

 

5.

사실 내 최애가 BTS는 아니므로 나의 덕질은 미국 진출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고, 미국 진출 파트를 그다지 재밌게 읽진 않았음.

근데 연재 당시에는 길게 느껴졌던 미국 공략 파트가 다시 읽어보니 백덕수 한국팬 잘알이라 최대한 짧게 뺀 거더라.

오히려 그 때 테스타가 나온 자컨이 그냥 내 취향이 아니었을 뿐.... 류서린 작가님 저는 멍청이라 그 유사 마피아 게임의 룰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후반부만 떼서 보면 모를까, 작품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적절한 시점에 나와야하는 에피소드들이 나온 것은 맞다.

데못죽이 아이돌 소설인 만큼 멤버들 7명의 매력을 모두 조명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서 아이돌물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소설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멤버들의 매력을 꽉꽉 채워넣었고, 스티어 에피소드도 캐릭터를 좀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 에피소드였다.

 

어쨌든 연재 때 답답했던 부분은 몰아보니까 재밌었고, 좋았던 부분은 오히려 너무 빠르게 넘어가니까 제대로 안 보여서

아무리 스낵컬쳐 컨텐츠라도 재독은 중요하지 않나 느꼈던 경험이었습니다.

근데 내가 재독은 많이 잊어야 재밌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데못죽은 내용을 다 기억하고 있어도 재밌음. 백덕수 당신은 무엇을 써버린 것입니까...

다만 연재 시작으로부터 몇년 안 지났는데도 그 사이에 일그러져있던 사회가 더 일그러져 고증이 고증이 아니게 된 부분은 좀 아쉼기도 하다.

당시에는 꽤 선을 넘는 부분까지 다뤘다고 생각했던 고증이 시간이 지나 심연이 더욱 심연이 되면서(폐허공장 덕후들을 보시라) 순한맛이 되어버렸다.

 

여담인데, 데못죽 읽는 내내 쪼개면서 다녀서, 아버지께서 무슨 좋은 일이 있냐고 묻기까지 하셧다.

아빠..응... 문대가 회사를 부수니까 좋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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