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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판타지)·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웹소설 리뷰] 전생이 천재였다 - 제목이 잘못한 것 같지만 잘못하지 않은 웹소설

 

작품소개란이 너무 심플해 스토리 소개를 날로 먹을 수 없는 K-현판..

 

주인공 '한서호'는 전생에 '브리너 프리드리히'라는 가상의 유명 음악애호가이자 후원가였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서호는 12세로 회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브리너 프리드리히'의 전생까지 기억해내게 됩니다.

강력한 두 버프의 가호 하에 서호는 20대의 신체능력과 40대의 경험과 연륜을 모두 가진 축구선수처럼 연주와 작곡 두 필드에서 종횡무진 활약합니다.

얼마나 잘 활약하냐면 모차르트에 비견될 정도입니다. 회귀에 전생기억 버프까지 받은 건 현대에 모차르트를 재림시키기 위한 초강수였던 것이죠.

 

서호는 진정한 재능충이므로 피나는 연습 없이도 여러 악기를 순식간에 마스터하고, 그가 쓴 모든 곡들은 좋은 평가를 받고 어마무시한 성과를 거며쥡니다.

그를 둘러싼 주변환경도 이상적이기 그지 없습니다. 서호는 안정적인 가정과 따뜻한 주변 환경의 도움을 받아가며 편안한 생활을 이어나갑니다.

그에게 있는 건 오직 창작의 고뇌라는 내적갈등 뿐인데, 그마저도 남들에 비해선 별로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 작품은 가시적으로 갈등이 드러나지도 않고, 그렇게 자극적이지도 않습니다. 이를 커버하는 것은 작가님의 글빨입니다.

과하지 않게, 하지만 힘줄데는 힘주는 강약조절이 탁월하며 이는 무대묘사에서 가장 잘 드러납니다. 서호의 능력치에는 강약조절을 하지 않았지만요😂

 

서호는 과하디 과할 정도로 천재입니다. 저도 상식을 뛰어넘는 그의 행보에 놀라 인터넷에 모차르트의 생애를 검색해서 한 번 읽어봤습니다...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기도 했지만,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서호의 천재성 덕분에 이 작품의 소재는 아주 다양졌습니다.

이는 자극성이 덜한 갈등구조와 서로 보완관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따로 사이다가 필요 없을 정도로 순탄한 작품인데 매번 터지는 에피소드가 특이해서 지루하지 않았고, 작가님 필력도 좋으니 '술술템'이 되어버리더군요.


그리고 서호가 작곡가 스탯도 만렙찍는 바람에 작중에서 가상의 곡들이 연주될 때가 많습니다.

아이돌물에도 가상의 곡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아이돌물은 뮤비와 무대 묘사가 가능하니 글로 신곡의 느낌을 어느정도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각적인 세일즈 수단이 적은 클래식, 그것도 독자들이 듣지도 못하는 가상의 곡의 느낌을 글로 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사운드에서 받을 수 있는 이미지를 전달하는 대신, 브리너 프리드리히가 전생에서 겪은 추억담을 이야기해줍니다.

이 방식은 서호가 이미 나온 클래식 음악을 연주할 때도 자주 쓰이는 방식입니다. 브리너가 목격한 작곡가의 삶에 대해 서호가 반추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개인적으로 문화분야의 감상은 그 분야를 어느정도 겪어야 이해가 되는 편이라, 모호한 비유보다는 직접적인 경험이 더 이해하기 쉬웠다고 느꼈습니다.

거기에 나오는 곡도 학교 음악시간에 한 번씩은 들어봤을 곡이라 클래식을 잘 모르시더라도 '전생이 천재였다'는 읽기 수월하리라 예상됩니다.

문피아에 작가님이 곡 목록을 올려두셨다고도 들었습니다. 제가 안 들었을 뿐이죠... 클래식은 1시간 이상 들으면 머리아프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렇게 제가 느낀 '전생이 천재였다'의 장점은 대략 270화 즈음까지 이어집니다.

그 후로는 서호가 이 분야 저 분야 넘나들었음에도 결국 소재가 떨어지고, 브리너 전생의 밑천도 떨어지는 바람에 조금 지겹다고 느껴졌어요.

근데 엔딩이 화끈하게 제 뒷통수를 쳐버립니다. 

 

 

이하 스포주의

 

 

270화 언저리에 새 히로인 '유채봄'이 등장합니다.

채봄이는 작품 후반부에 처음 등장한 이후로 계속 분량 푸쉬를 받지만, 앞에서 언급한 문제로 인해 딱 채봄이가 나올 때부터 작품은 재미없어집니다.

작품의 재미는 사실 채봄이와 관련이 없는 문제지만, 하지만 그 덕분에 채봄이가 아무리 매력어필을 해도 작품이 재미없으니 와닿지는 않게됩니다.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엔딩이... 서호와 회장님의 진정한 사랑이 담긴 엔딩을 위해 채봄이를 써먹어버리더라고요...

브리너의 원앤온리 러브 아실리 로라렌스가 기억을 되찾는 것도 결국은 일페르소가 백작님을 혼자 남길 수 없어서라니....

이쯤되면 채봄이와 아실리는 성공한 판소주인공을 위한 트로피고 진정한 정신적인 사랑은 일페르소랑 하는 거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겁니다.

결국 회장님이 천년만년 못 사니 채봄이는 그 빈자리를 채워주기 위해 데려온 여자친구인가...? 싶고요

물론 브리너 백작은 아실리를 정말 사랑했고 단순한 트로피 정도로 여긴 건 아니지만,

60화 넘게 짓던 빌드업이 일페르소의 헌신적인 사랑에 묻히는 순간, '진정한 사랑은 브리너와 일페르소가 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엔딩에서 일페르소의 기도를 보며 받았던 감동은 컸지만 그것과 별개로 허무하기는 합니다.

일페르소의 기도로 작품의 완성도는 높아졌지만 아실리 로라렌스와 채봄이는 일페르소의 대체재가 되고 만 거거든요.

이건 채봄이가 엄청난 천재라도 뛰어넘을 수 없는 거고요.

 

이 작품이 이렇게 소크라테스가 권유한 그리스식 동성애^^를 훌륭하게 계승하고 있지만(아님)

사실 '전생이 천재였다'는 여타 현대판타지 소설처럼 한국의 보수적인 가치관을 잘 고수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일례로 서호 효자입니다. 

물론 여기서 웹소설 후기나 적는 불효자식보다는...ㅋㅋㅋ 돈 잘버는 효자가 훨씬 나은 인간상이겠지만,

'전생이 천재였다'가 과거로부터 이어진 현대의 가치관을 안전하게 수호하는 작품임을 부인하긴 어렵습니다.

아시안 차별을 얘기하긴 하지만 유럽에 대한 동경은 남아있고, 결국은 북미와 유럽 위주로 흘러가는 식이죠.

 

글 마무리 하기 전에 부제로 잠시 언급해둔 제목에 대해 언급하고 넘어가려 합니다.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땐 제목이 잘못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목만 보면 읽기 싫잖아요...?

하지만 브리너 백작이 가진 천재성이 점점 드러나면서 괜찮게 느껴졌습니다.

어차피 현대판타지 소설이 지켜야 한다는 공식들은 또 다 철저히 지킨 작품이라서 제목도 거기 맞춰야지 당연한 느낌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