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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판타지)·라이트노벨

[웹소설/현대판타지] 영광의 해일로

읽는 중간중간, 때려치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작가님 필력이 좋아 어찌저찌 완결까지 읽은 작품.
세계를 열광시킨 락스타가 한국의 평범한 중학생에게 빙의되어, 빙의된 몸으로 다시 세계적인 락스타로 발돋움하는 이야기다.
줄거리는 웹소설 바닥에 널리고 널린 연예계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연예계물이라 주인공의 방송 출연이 잦은데,
기존 방송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하지도 않고 거의 그대로 가져와 써먹는 바람에 그렇잖아도 흔한 이야기의 개성이 더 죽어버렸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빛난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주인공인 헤일로가 매력적인 락스타 그 자체라서다.


미친놈...

 

이 소설의 사이다맛은 다른 웹소설의 사이다맛과는 미묘하게 다른데, 다른 소설을 주인공이 빌런을 처치하는 맛에 읽는다면
이 소설은 헤일로라는 자유분방한 인물이 사회와 상식이 정해둔 길을 무시하며 막나가면서도 여전히 승승장구하는 맛에 본다고 할 수 있다.
뭐, 기존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사이다가 없는 건 아니고...
'빌런'을 사람이 아니라 여론, 통념, 대중 등으로 확장시켜 생각한다면 기존 소설의 구조와도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 글이다.
그럼에도 신중하고 점잖고 잘생긴 주인공과, 인성과 제정신을 모두 잃은 주인공들 사이에서 자유분방 락스타 그 자체인 헤일로는 여전히 특별한 친구다. 
거기에 스타성 넘치는데 마약 안하지, 사생활 깨끗하지, 프라이드 넘치지만 팬한테는 한없이 잘해주지, 사회면 사고 안치지...
해외 스타들의 인종차별 발언과 할리우드 스케일 사고만 보던 사람에게는 아주 힐링물과도 같은 소설이었다ㅎ
결론은 롹스타 헤일로 보는 맛이 있는 글이라는 것. 주인공 매력을 즐기는 소설이고... 시리즈 댓글란이 거의 작중 팬덤화 되어가고 있는데 그게 이해감.
 
근데, 헤일로 말고 다른 부분은 쫌 거시기했다.
 
작가님 필력은 좋거든요. 애시당초 작가님 필력이 받쳐주니 이 긴 글을 독자가 끝까지 읽는 겁니다.
연재 스타일도 일일연재에 최적화된 느낌? 기다무로 쫓아갈 때는 관성으로 보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며칠 쉬면 뒷 내용이 궁금해져서 끊지를 못함.
여러 번 중간에 그만 읽으려 했으나 결국 멈추지 못한 소설이다.
근데 뒤로 갈 수록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음... 후반부랑 엔딩은 또 잘 써주시긴 했는데ㅋㅋㅋㅋ
결말은 정말 좋았음.
이 소설에 가질 수 있는 불만과 의문 중 상당수를 단순히 상업적 수단으로 남겨두는 대신, 이야기의 일부로 포용해버렸다는 점에서 괜찮은 결말이었다.
 
필력도 좋고, 주인공도 마음에 들었고, 원래 연예계물도 취향인데 뭐가 문제였냐? 인터넷 썩은물이 보기에 인터넷 여론 고증이 별로였다 이겁니다...ㅎ
'죠스'와 '헬리건'이라는 인터넷 집단들이 후반부로 갈 수록 글의 감초 역할을 한 것과는 별개로,
대형포털에 거점을 둔 팬카페를 비롯한 모든 인터넷 공간에 달린 댓글이 디시인사이드스러운 건 좀... 아니지 않을까요... 
다른 연예계 관련 고증도 연예계의 원기옥이 모두 모여서 어떻게 가능한 거 같기는 한데, 차트 얘기 나올 때마다 이게 가능한가 싶기도 하고 그랬다.
좀 더 쓸데없는 소리를 해보자면,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가 그루피를 몰고 다니는 건 사실 필연과도 같지만
아티스트 개인의 노력없이 충성적이면서도 사고 안치는 훌륭한 팬덤을 얻어서 배가 아팠다...
그리고 주인공인 헤일로는 이런 쪽으로는 쿨한 락스타라서 그런 팬덤에게 역조공을 역대급 규모로 해도 해일이의 Jinjungsung이 내게 전달되지 않았음.
케이팝 씬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고백에 비해 해일이의 진심은 너무 담백함ㅋㅋㅋㅋ
적절한 비유는 아닌 거 아는데, 맨날 라면 먹다가 절밥먹는 기분이었음.
 
외전은 굳이 읽을 생각은 없었는데, 원래 노해일은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읽게 됐다.
작가님께서 후기에서 풀어준 내용을 보긴 했는데, 작품 외부적인 설명과 작중에서 읽을 수 있는 설명은 다른 문제니까.
안타깝게도 내가 기대한 떡밥은 나오지 않았지만, 본편 좋아했으면 외전도 재밌게 읽지 않았을까?
외전에 나온 리얼리티와 예능은 본편에 나온 방송 프로그램에 비해 현실 방송 프로그램 생각이 확실히 덜 나서 괜찮았던 듯. 
 
요는 헤일로가 재밌었던 소설이었는데, 헤일로 말고 다른 부분까지 나한테 매력적이지는 않아서 소장하여 재독할 의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