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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판타지)·라이트노벨

[웹소설/현대판타지] 세상만 구하고 은퇴하겠습니다 - 나랑 같이 희재 군 좋아할 사람 찾습니다


멸망 직전, 정신을 차리니 20년 전 과거로 돌아왔다.
안온한 정년퇴직을 위해서는 반드시 멸망을 막아야 한다.


 

같이 판타지 소설 보면서 주기적으로 서로 작품 추천해주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요즘 보는 게 뭐 있냐길래, 별 생각 없이 '세상만 구하고 은퇴하겠습니다'(이하 세구은)을 읽고있다고 그랬더니 재밌냐고 되묻더라.

그 때 내가 별 생각없이 아래와 같이 답했음.

 

나: 소설이 재밌는지는 모르겠고, 우희재는 재밌다.

친구: 그거라도 재밌는 게 어디냐.

 

컨텐츠를 여성향과 남성향으로 나눠 따지는 것도 이제 구시대적이지 않나 싶지만, 어쨌든 세구은은 명백한 여성향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희대의 캐릭터 우희재가 있다.

 

코시국 이후로 여러 판타지 웹소설을 중도하차하면서 내가 판타지 웹소설 장르의 메이저한 소재를 대체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난 역사를 바꾸는 내용도 별로고, 범죄 해결을 구경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그 옛날 라노벨 느낌나는 아카데미물은 그 시절에도 안 봤으며,

미래 지식을 가지고 던전에 들어가서 인간쓰레기들에게 정의구현을 하는 내용도 그다지 취향은 아니다.

한마디로 헌터물도 취향은 아닌데, 레이드 묘사가 멋있거나 개그가 취향이거나하면 읽는 듯.

요는 컨텐츠 중독자라 가끔 읽는 것이지 장르 자체에 그다지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하며 그런고로 '세구은'의 헌터물로서의 매력도 잘 모르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세구은은 던전 공략 외적으로도 읽을거리가 꽤 많은 소설이다.

 

우희재는 나이 서른에 이능관리청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보기만해도 낙하산의 냄새가 풀풀 나는 남자임.

키도 크고 외모까지 준수한 이 남자는 오랜만에 휴가를 내고 부산의 루프탑 바에 가서 자기가 한 자리 하는 사람이라는 티를 풀풀 내며 여자를 꼬신다.

그 순간, 예상치 못한 던전브레이크가 발생하며 세계가 멸망해버리고, 우희재는 멸망을 피해 과거의 명동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그는 명동에서 던전브레이크에 휘말려 죽을 옛 헌터 양성 시범고등학교의 학생들을 구하고, 거짓말에 거짓말을 더해 시범고등학교의 선생님이 되는데...

미래의 던전 브레이크만 예방하면 될 줄 알았건만, 숨겨진 음모는 많은 데다가 팔자에도 없는 교사노릇은 꽤 힘든 것이었다.

여기서 문제가 하나 있는데, 이 난관의 묘사가 대체로 우희재의 1인칭 서술로 이뤄진다는 점이며 희재는 그다지 솔직한 서술자는 아님.

특히 본인의 모에포인트를 숨기기 위해 불철주야 서술트릭을 쓰고 있기 때문에... 우희재의 모에함을 설파하려면 스포주의라고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ㅜㅜ

 

 

그래서 스포주의... 입니다...

 

 

우희재는 분명히 낙하산이 맞음. 본인은 공정한 절차를 통해 관리청에 입사했다곤 하지만, 양아버지가 관리청의 수장이고

누나같이 여기는 사람은 양아버지와 함께 관리청의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음.

채용 시 헌터 라이센스 가산점 제도가 원래 없었다는 언급까지 나오므로 우희재씨는 확실한 낙하산이다.

나이 서른에 국가기관에서 실장님 소리 듣고 있는 거 자체가 낙하산이라는 방증이죠, 뭐.

다른 낙하산과의 차이가 있다면 그래도 우리 희재는 낙하산이 아니었어도 정상적인 경로로 비서실장 자리 쯤은 꿰차는 게 가능한 인재라는 것이다.

던전 레이드 경험이 많진 않지만, 그래도 팀장 대리로 들어가서 공략을 진행할 만큼 헌터로서 능력도 출중하며,

학창 시절에 전교 1등을 유지했다는 언급도 있는만큼 두뇌파이고, (좀 찍어누르는 경향이 있어서 그렇지) 인간관계와 각종 행정업무에도 능숙하며

아이들에게 까칠한 듯하지만 알고보면 애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별 노력을 다 해주는 다정하고 상냥한 캐릭터다.

심지어 이 설정과다남은 어린 시절에 큰 고생을 했고, 과거로 돌아와 어린 시절에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가 냉정하게 구는 모습을 보며 가슴앓이를 하고,

어린 자신 앞에서 질투, 부끄러움, 애정 등 온갖 감정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이 설정과다남이 좀 부끄럼쟁이라서 300화가 넘은 지금 시점에서도 새로운 설정이 계속 드러나는데, 그걸 파헤치는 즐거움이 끝내주는 소설이다.

이 리뷰를 왜 쓰는지 아십니까? 난 이 귀여운 남자에 대해 좀 더 얘기하고 싶은데, 찾기가 힘들어서 좀 읽어보시라고 영업하려고 쓰는 거임.

노린 것 같은 모에함이지만 그래도 좋다 이 말입니다.

 

그리고 작가님이 원래 헤테로를 기가막히게 잘 쓰시는 분이라, 세구은은 커플링을 덕질하기에도 좋은 소설이다.

특히 서현이랑 진우는 이런 즐거운 관계성이 또 없다.. 섬세하고 어두운 서현이의 그림자를 등불로 밝혀주는 진우? 근데 스승은 서현이? 너무 좋네요..

HL만 있는 건 아니고 (난 이쪽은 잘 모르지만) 홍씨 아저씨네 가정을 중심으로 한 동성 커플링도 무궁무진하게 가능하다.

난 대마법사 김채민씨와 사기꾼 우희재씨의 주식을 잡았지만, 솔직히 홍씨우씨 커플링 주식을 잡는 것이 조금 더 합리적인 것 같긴 함ㅎ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잡혀있어서 대충 취향대로 커플링 잡아도 착즙할 여지가 있고, 다 새롭게 재밌다.

이 소설이 가장 열심히 집중하는 부분이 캐릭터기도 하고, 그 캐릭터들이 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 걸 관찰하기 좋아하는 독자분들께 매우 추천하는 소설. 

 

헌터물로서는 글쎄? 세구은에서는 세계의 비밀이 자연스럽게 밝혀지기 보단, 주로 '알렉스 호프'라는 캐릭터의 입을 통해 많은 설정이 풀린다.

문제는 이 알렉스 호프라는 캐릭터에게 그 설정을 제대로 된 언어로 정확하게 말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독자는 우희재가 한 페이지 안에 요약해줄 수도 있는 설정을 약 5만자에 걸친 헛소리 사이에서 어떻게든 파헤쳐야 한다.

물론 다 의도가 있고 나중에 왜 그랬는지도 밝혀지지만, 그 지리멸렬한 수다가 나중에 알렉스 호프가 매력적인 캐릭터로 역할할 수 있는 발판이 되지만,

어쨌든 170화~200화 근방은 좀... 참고 읽어야 한다. 참으면 우희재씨의 새로운 면모와 갓기들의 새로운 눈물이 나오긴 하는데 당장은 참아야 한다.

캐릭터의 매력을 정보전달보다 우선시하기 때문에, 회차가 가진 정보량이 적은 경우가 종종 있다. 한 마디로 진행은 안 되고 말장난만 하는 경우가 좀 있다. 특히 호프 등장 이후로 그 경향이 심해진다. 그래서 연재로 읽긴 좀 힘들고, 리디북스에서 프로모션할 때 사서 한 번에 읽는 것을 더 추천한다.

 

아무튼 우리 희재 사기꾼에 츤데레지만 자꾸 눈길이 가는 아이입니다. 저는 그가 더이상 활자로 보이지 않습니다..

더 많은 떡밥이 필요합니다.. ... 모두 세구은 읽고 우희재라는 희대의 캐릭터를 만나보시옵소서.

 

+)

아래는 작가님이 공개한 캐릭터 프로필과 Q&A 페이지(스포 요소 있으니 최신 연재분까지 읽고 읽는 것 추천)

1. 캐릭터 프로필 1

2. 캐릭터 프로필 2

3. Q&A 

 

삽화는 303화 기준 3장 같은 4장이 공개되었으며, 151, 156, 212, 213화에서 확인 가능함.

151화와 156화의 삽화는 동일하며 151화의 삽화에서 가려진 부분은 156화에서 전체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