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못죽은 일일연재로 보기 참 좋은 소설이라서, 1부 거의 끝부분까지 일일연재로 읽었다.
그래도 사람의 기억력에는 한계라는 것이 있어서 백덕수 작가님과 박문대의 퍼먹이기에도 불구하고
저는 300화만에 제 고질병인 일일연재 따라가다 내용 이해 실패하는 병이 도진 것입니다. 이래서 족집게 과외에 의존하면 안되는 것.
게다가 미국 진출 이야기가 나오는데, 빌보드 관련된 얘기는 진짜 뭔소린지 못 알아듣겠더라.. 케이팝 쪽은 선행학습 덕분에 척척 알아들었는데ㅎㅎ
결국 1부 완결 직전에 잠시 덮어뒀다가, 한두달 전쯤에 아플 때 누워서 다시 1화부터 정주행했다.
일일연재를 따라갈 때는 작품의 디테일을 파고들며 박문대의 서술트릭을 하나하나 양파까듯이 까며 놀려먹는 재미가 쏠쏠했다면,
정주행할 때는 세세한 인간관계보단 전체적인 흐름을 보게 되었던 듯.
실시간으로 읽으면서 옛 기억에 고통받던 파트도 몰아읽으니 생각보다 버틸만했다.
특히 테스타가 점점 천상계가 될 수록, 그 정도로 팬덤 규모가 컸던 아이돌은 덕질한 적이 없어서 PTSD도 안 도짐 ㅋㅋㅋㅋ
아무튼 1부 읽다가 그때그때 쓴 글을 모아서 올려봅니다. 당연히 스압주의, 스포주의이고요,
'러브라이브!선샤인!!'과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스포일러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1. 신청려
아래는 신청려로 HL 커플링 엮어먹으려다가 중간에 내던져버리고 쓴 글. 데못죽은 HL 커플링 착즙의 여지조차 주지 않는 정말 이상적인 아이돌 소설이다.
청려에게나 문대에게나 아이돌 커리어는 정말 중요합니다. 그래도 가장 큰 차이점이 하나 있다면 박문대에게 아이돌 생활은 커리어 이상의 뭔가를 줘요.
문대는 테스타 활동을 하면서 멤버들을 만났고, 의도치 않게 좋아하는 일을 하며 성취감을 맛보죠. 조건없는 호의와 사랑도 넘치도록 받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문대가 류건우로 살던 시절에 삶을 이어나기 위해 가장 필요로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받아본 적 없던 것들입니다.
반면 청려는 회귀를 반복하면서 커리어라는 목표를 사수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버려나갔습니다. 인간성, 동료.. 같은 것들을요.
때문에 청려는 아이돌 커리어 외에 의지할 곳이 딱히 없어보여요. 그래서 문대가 청려에게 개라도 키우라고 한 거고요.
근데 청려가 개라도 키워서 안정을 찾은 건 맞는데... 이 사람에게 아이돌 커리어가 갖는 중요성은 여전히 어마무시해서 쉽게 포기는 못할 겁니다.
콩이는 지금까지 청려가 쌓은 커리어를 망치지는 않을 것이죠. 청려는 순리를 받아들였지만 커리어라는 목표 자체를 버린 건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청려의 회귀가 성공보단 납득을 위한 과정이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좀 안타까웠어요.
문대의 퀘스트는 류건우를 위한 멘탈 테라피였지만, 신재현씨는 퀘스트 진행하면서 산치만 깎였다.
회귀의 끝에 이르러서 신청려가 본인이 무한회귀 상태에서 납득할 수 있는 완벽한 커리어를 쟁취한 것도 아니고,
불안정한 상태를 해결한 건 오히려 회귀와는 상관없는 요소(박문대의 조언)에 의한 거고...
문대의 퀘스트는 변혁이고 쟁취였지만 결국 신청려의 퀘스트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포기와 순응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신청려는 결과적으로 후회하지 않겠고, '데못죽'은 결국 무의미한 시간은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글이지만
어쨌든 문대와 나란히 두고 봤을 때 맴이 찢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2. 세진이들
아래는 배세진이랑 큰세진이랑 한 번 크게 싸웠을 때 쓴 글이다.
테스타는 2년 활동하는 동안 24시간 부대끼면서 생각보다 덜 싸우고 잘 지낸 편입니다. 진짜 성격 다들 좋기는 함.
세진이들도 한 방 쓰는 동안 바꿔달라고 투정 안 부리는 것 그 자체로도 지들의 할 도리를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내싸움의 핵심은 주변에 똥을 뿌리지 않는 것 아니겠습니까? 싸울 수 있어요, 주변인에게 고통을 최대한 전가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너네는 훌륭해.
이건 소송 때문에 세진이들 포함 테스타 내 의견이 좀 갈렸을 때 쓴 글
아이돌 활동의 목표를 어디 두느냐에 따라 소속사와 소송할지 말지 의견이 다른 거 같아요. 월클가고 싶으면ㅋㅋㅋ당연히 소송 절대 안 됨.
근데 그냥 적당히 팬덤과 함께 노후가 보장된 미래 정도만 바라고 티원이 너무 개같다면 손절도 생각해봄직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문대에게는 다음 미션과 돌발상황이 있을 뿐이고...
청우랑 뵤세가 소송에 긍정적인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둘 다 커리어가 단절되었다 극복한 경험이 있잖아요, 그 경험의 영향이 없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다시 국데나 아역배우 시절의 영광을 되돌려받을 수는 없겠지만 그 후에 쟁취한 것이 그만큼 좋았던 거겠죠.
고난과 역경을 극복한 경험이 있으니 더 달콤한 과실을 위해 리스크를 감수할 유인이 있는 거겠죠.
그리고 청우와 배세진이 생각하는 과실은 아이돌 커리어에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우리 큰세진이는 사랑하는 테스타가 우주최강아이돌이 되어야 성에 차는 사람이고 배세진이는 테스타 가족을 지키고 싶어합니다.
둘 다 사랑은 하는데, 사랑의 결이 매우 달라요.
여담인데 큰 세진이는 극한까지 잘 조형된 인싸라 볼 때마다 박수가 나옵니다.
극한인싸의 묘한 쎄함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볼 때마다 가끔식 현실의 인싸들이 생각나서 소름돋았습니다.(오해 있을까봐 덧붙이자면 최애 큰세임)
그럼에도 종종 23세 남자애 같은 모습을 보이는 걸 보면 아이돌 외적인 부분에선 평탄한 인생을 살지않았나 싶습니다. 연습생 생활은 거칠고 험난했지만.
3. 백일몽
썸머패키지가 작품 외적인 분기였다면 백일몽은 작품 내적인 분기라고 생각했으나 이러나 저러나 가장 큰 분기는 위시즈 활동이었다고 한다.
썸머패키지부터 시스템 관련된 이야기가 두드러졌고,
(딱 마침 데못죽이 인기없었으면 딱 끝내기 좋은 기점이기도 했아요. 대충 떡밥들을 현판 요소로 퉁치면 됐으니.)
백일몽은 류건우의 마인드셋이 크게 바뀌는 계기라고 느꼈습니다. 문대가 덜 현판주인공 같아진 계기라고 해야될까요?
5. 너 빙의자니?(실제로 하지 않은 말)
대충 류청우가 너 류건우니? 묻고 박문대가 ㅇㅇ한 날 쓴 글
문대가 청우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은 건 그냥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느꼈습니다.
문대도 청우가 거짓말한다고 팀 멤버 손절할 인간이 아니라는 걸 잘 알 거예요. 근데 얘는 꼭 논리로 지 감정적 선택을 합리화 시켜야 하니까 그런 거 같음.
머리 좋은 놈들이 지 감정 논리로 정당화하다가 이상한 길로 빠지는 건 꽤 많이 보이죠.
보통 저러다 빌런이 되어버리는데😇 문대가 다정하고 착한 친구라 많이 엇나가진 않네요.
이건 개인적인 경험이라 일반화하긴 좀 그렇고... 걍 제가 겪은 얘긴데,
자기가 가능하면 남들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자기가 되는만큼 남들한테 요구하는 경향이 있어요. 큰배 싸운 것도 (넓게보면) 저런 이유에서죠.
문대도 사람에 따라 저런 경향을 보이는데, 은연중에 지랑 비슷하다고 느낀 세진이를 결국 울려버렸고요^^ 근데 사람이 원래 그런 걸 뭐 어쩌겠습니까.
근데 청우는 자신의 가능성과 타인의 가능성이 같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요.
청우처럼 그냥 자신 그대로 정면돌파하는 사람들이 그러지 못하는 사람을 이해 못하는 걸 너무 많이 봤거든요.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 같습니다, 청우는. 그런 다정함은 기질적이기보단 훈련의 영역이까요.
6. 미연시
문대가 아현이보고 회복탄력성이 좋다고 했는데, 그건 아현이의 타고난 기질 탓이기도 하지만 아현이 곁에 문대가 있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죠.
문대는 그동안 퀘스트 수행하려다 의도치 않게 쌓은 행적을 바탕으로 아현이에게 안전망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문대가 있으므로 아현이는 두려움을 떨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심지어 선아현이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한 이유에 박문대가 상당히 기여하고 있을 거라는 점이....얘들아 너네는 사랑을 하고 있다.
에로스는 아닐지라도 사랑은 맞다.
그나저나 문대, 세진이, 아현이 관계 묘사가 생각보다 익숙하게 느껴져서 어디서 봤나 좀 생각해봤는데 러브라이브 선샤인에서 봤었음.
'러브라이브!선샤인!!'에서 치카와 전학생 리코가 친해지니 (원래 리코의 단짝이었던) 요우가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묘사가 있었죠.
참고로 이 애니메이션의 각본가는 69년생 일본인 아저씨인데, 생각보다 묘사가 리얼해서 누가 썼는지 찾아보기 전까지 각본가가 여자인 줄 알았다.
편견을 가지지 맙시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아현이의 조급함을 이해해주는 시점에서 문대가 착하긴 착하구나 싶었습니다.
저도 우연찮게 20대 초반에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 저는 그때 니가 중학생이냐고 속으로 짜증냈거든요ㅋㅋㅋ....
동갑즈 저러고 있는 거 이성과의 관계가 단절된 아이돌 직군에 종사해서 가능한 거 아닐까 싶어요. 연애했으면 쟤들 안 저랬다.
아무튼 현실에서도 짜증났던 경험이 있으니 연재를 달릴 때도 좀 짜증나 있었던 듯.
유진이가 '테스타 인간관계에 약하다'고 언급해줬을 때 내 속이 다 시원했을 정도였습니다.
이처럼 박문대는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끊임없이 멘탈관리의 업을 짊어지게 되는데 그게 정말...미연시 같았어요.
근데 현실에서 일부 아이돌 리더친구들과 참모친구들도 비슷한 일을 수행한다는 것이 웃긴 지점임.
7. 현실아이돌 vs 활자아이돌
대충 오프를 못 뛰어서 불안한 심경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글. 당시엔 몰랐는데 지금보니 상태 안 좋았구나 싶다.
아이돌 그룹 내 관계란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아요.
일단 아이돌쪽에서는 자기들 친하다고 하니, 그렇게 믿고 살더라도 실제로 아니라고 드러나도 '그럴 수 있지~'를 시전해줘야 하잖아요. 잘못은 아니니까.
근데 테스타는 확실하게 가족이다, 작품에서 못 박아준 점이 넘 좋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활자돌은 3D 아이돌과 달리 팬들이 판타지를 마음껏 주워먹어도 그게 항상 진실되다는 점이 좋아요.
아무리 쓸디아이돌이 환상을 팔아먹는다고 하더라도 이면이 안 보이는 건 아니잖아요.
(1부 얘기는 아니긴 한데) 재계약 파트 보고 진짜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솔직히 테스타 그룹명이 그따구인건 조만간 갈아엎을 예정이기 때문인 거 아닐까 생각했는데, 니들은 정말 테스타에 진심이었구나.
이건 아이돌에 지나치게 진심인 박문대 때문으로 추정합니다. 근데 본진있는데 문대처럼 성적에 집착하는 덕질하면 불행해집니다.
8. 위시즈
맨날 소설도 현실 아이돌 활동처럼 라이징 때 재밌었다고 1절, 2절, 3절, 뇌절치고 앉아있으니까 백덕수님께서 이번에는 류건우를 데뷔시켜버렸다.
....작가님 혹시 동인실직시키려고 소설 쓰시나요....?
테스타가 상당히 성공적인 3~4세대의 활동을 따라가고 있다면 위시즈는 2세대의 재림을 보는 기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요즘 저런 전방위로 물량공세하는 그룹이 없어서 아쉬웠기 때문에 위시즈 활동은 정말 즐겁게 읽었습니다.
근데 건우가 마라맛으로 간다고해서 엄청난 자극성을 기대했는데 위시즈 활동이 제 기준 마라맛까진 아니라서 아쉽긴했습니다.
물론 케이팝 아이돌은 자본주의적 보수성이 성장의 원동력이므로 보수성의 타파에도 한계가 있긴 합니다.
위시즈 활동이 아주 개인적인 사유로 재밌기도 했지만, 위시즈 이야기는 데못죽에서 아주 큰 분기점 역할을 하는 중요한 에피소드입니다.
그렇잖아도 사이 좋은 애들이 진짜 제 2의 가좍처럼 되는 계기라고 해야되나요? 테스타가 문대를 완전하게 이해하고 포용하게 되는 아주 중요한 과정이죠.
반대로 문대가 테스타와의 관계에서 상시 유지하고 있던 방어기제가 한꺼풀 무너진 것을 보여주는 회차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문대가 테스타 멤버들을 위해 한 행동은 퀘스트와 생존을 위해 그런 것으로 합리화 가능했습니다. 안 죽으려면 어쨌든 테스타는 유지돼야 하니까요.
하지만 위시즈 활동에서 건우는 효율을 버리고 테스타 친구들을 뽑아버립니다.
이 감동적인 순간은 하필이면 시스템이 과금유도 심한 가챠겜의 형태를 빌려오는 바람에 건우가 그냥 훌륭한 가챠게이머가 된 것처럼 보여지게 됨....
위시즈 에피소드의 마무리는 다들 언급했듯이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합니다.
마마마가 개인적으로 재밌지는 않았고 제작 측도 좀 그래서 보라고 권하기 좀 그렇지 않나 싶었는데... 이쯤되면 오타쿠 교양으로 볼만한 애니 같기도 해요.
에반게리온처럼 말이죠.
9. 박문대
앞서 말했듯이 문대는 테스타와의 관계에서 솔직하지 못합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건우가 가지고 있던 극한의 인간불신 같아요.
거기에 더해 건우는 신뢰가 배반당하는 상황을 굉장히 힘들어하기 때문에, 우리 사이는 퀘스트 때문이라며 선의에 각종 이유를 갖다 붙이는 거죠.
작품 외적 측면에서 보면 사실 불행한 개인사에서 기인한 인간불신은 최신 현대판타지 소설 주인공이라면 응당 지녀야할 소양 중 하나이긴 합니다...
반면 문대가 가끔 목표를 위해 자기파괴적이기까지 한 수단을 쓰는 것은 오히려 요즘보단 좀 오래된 판타지 주인공의 소양에 가깝습니다.
문대가 이렇게 자기파괴적인 방식을 사용하는데 거침이 없다면 큰세진이는 그 지경까지 안 갔다는 점에서 두 지략캐의 차이점이 보이는 듯합니다.
여담인데 문대가 남 물먹이기는 악역영애의 소양에 가깝군요...
문대가 사교계에 데뷔했다면 사교계 기싸움에서 최상위 포식자 역할을 차지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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