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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판타지)·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웹소설 리뷰]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 - 골목식당은 종영했으니 로마에 가자

 


[히든 스테이지를 개방합니다.]
[히든 스테이지 1: 로마 (20 AD)]

내가 만든 요리의 재료는 과거에서 온다.


 

아... K-판타지 소설 작품소개란 너무 간단함... 

대충 작품 소개 복붙한 다음, 내용 소개는 넘어가고 싶은데 말이에요.

 

요리는 맛있게 잘하지만 식당 경영에는 영 재주가 없던 한길씨가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컨설팅을 받는 대신,

평소에 꾸준히 하던 게임의 히든 스테이지에 진입하여 주방에서 경험을 쌓고, 그 때 배운 노하우로 식당도 되살린다는 내용이다.

기다무로 읽던 와중, 때마침 교보문고에서 싸게 대여하길래 냉큼 대여해서 읽었다. 

 

타이쿤류 게임 시스템이 아주 영리하게 도입된 웹소설이다. 

메인 퀘스트와 서브퀘스트를 통해 방향성을 명확히 드러내고 독자가 쉽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도록 했지만,

복잡한 스킬이나 조작 시스템은 없어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겜판은 겜판이 맞는데, 사실 겜판은 아니다ㅋㅋㅋ 오히려 대체역사물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현대판타지 요리물에 가깝다.

갑자기 웬 대체역사물이냐고요? 한길이가 가는 히든 스테이지는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과거거든요.

 

레이드물은 전투씬이 중요하고, 아이돌물은 무대묘사가 중요하듯 요리물은 조리과정이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이 소설은... 읽다가 배고파져서 화날 정도의 필력을 자랑한다.

요리 묘사만 섬세한 것이 아니라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재료 수급과 경영에 관련된 내용도 굉장히 상세하게 묘사되는 편.

 

사실 이 소설은 구조가 굉장히 단순한 편이다.

한길이는 20권 내내 과거(스테이지)에서 현대의 조리기술을 활용해서 잘나가거나, 과거에서 배운 걸 자신의 식당에 접목해 잘나가기만 한다.

독자의 허를 찌르는 기발한 해결책이나 어떻게 해결할지 감도 안 오는 갈등같은 건 없음.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에는 평온한 위기를 현대의 기술과 우연의 힘으로 넘어가는 편의주의적 전개와 주인공의 독식만 존재한다.

독자가 읽다가 부끄러워지는 웹소설 클리셰도 신나게 쓰였다.

'외국인에게 한국음식 먹이고 국뽕감성 고취시키기'나 '치트키를 이용한 웹소설식 양학 대리만족' 같은 것...

얼마나 열심히 국뽕 클리셰가 쓰였냐면, 한길이가 19권에서 국뽕마스터가 되어 아주 적극적으로 국뽕마케팅을 도입하더이다.

 

근데 요리 묘사가 아주 전문적으로, 상세하게 나오니까 거기 집중하느라 싫어하는 클리셰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게 된다.

오히려 이런 단순한 스토리라인은 미친듯이 파고드는 요리 설정과 궁합이 잘 맞는 편이다.

제임스 카메론이 영화 아바타의 새로운 영상미를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우려하여 플롯을 단순하게 짰다는 얘기가 있던데,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의 직선적이고 말초적인 스토리라인도 의외로 요리 묘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요소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히든 퀘스트로 탑셰프'는 한길이처럼 조금씩 성장하는 소설이었다.

초반 로마편은 같은 내용이 반복된다고 느껴졌는데, 점점 유머가 들어가고, 이탈리아편에선 조리 기술 외적인 측면까지 파고들면서 지루함을 떨쳐냈다.

파리편에서는 요리뿐만 아니라 길드와 살롱 문화까지 다뤄서 나무위키 읽는 기분으로 재밌게 읽었다.

편의주의적 전개도 후반부에 가선 센스있게 가려졌고... 안 쓴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한길이의 캐릭터성은 초반부가 더 좋았다. 연기와 참교육을 배운 한길이는 좀 그랬다ㅜㅜ 물론 현판 주인공이라면 그렇게 변해야겠지만...

 

작품을 둘러싼 대내외적 요인으로 인해 18권까지 미래를 신나게 빌드업하던 이 소설은 갑자기 20권부터 엔딩을 향해 엑셀을 밟기 시작한다.

수습이 가능한 떡밥은 대충 다 수습된 거 같은데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이거저거 나올 거라고 신나게 호언장담했지만 결국 안 나온 것이므로.

근데 후반부에 나오는 페르난도의 창의성 이론은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라서 적당한 시점에 완결이 난 것 같기도 함.

생각보다 엔딩이 괜찮아서 소장은 하기로 했는데 솔직히 내 기준은 너무 널널해서... 다른 사람에게까지 엔딩이 괜찮다고 말할 자신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