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소개글은 귀찮으니까 이번에도 인터넷 서점에서 긁어옴.
노예의 낙인이 찍힌 채 귀족가의 매 맞는 아이로 살아가던 소녀, 아즈릴. 힘겹게 이어지던 그녀의 삶 속에 하얀 남자가 들어왔다.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겁니까?”
“저를 아시나요?”
잃어버린 3년의 기억 속에서 그녀에게 이름을 지어 준, 지평선의 마법사. 레마 레쉬트. 친절하지만 뭔가 결여된 듯한 그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행복해진 만큼, 그녀도 그를 행복하게 해 주고 싶어졌다.
“저와 가까워질수록 당신은 불행해질 겁니다.”
“불행해지지 않을게요, 레마. 그러니 제게 마법을 가르쳐 주세요.”
어떤 끝을 맞이할지는 알 수 없지만 아즈릴은 레마의 진실을, 그리고 진심을 알기 위해 기꺼이 그와 함께하기로 한다. 행복한 동화 같은 결말을 위해서.
취향에 잘 맞아서 굉장히 즐겁게 본 작품이다.
<검을 든 꽃>이나 <주인공의 구원자가 될 운명입니다.>는 잘 읽었지만 <마법사를 위한 동화>는 그저 그랬다는 의견이 많아서 걱정했는데,
안 읽었으면 인생 낭비했을 뻔;;;
1. 레마 레쉬트
<검을 든 꽃> 리뷰에서 은소로 작가님의 로맨스 취향과 내 취향은 안 맞는다고 대충 썼던 거 같은데 취소합니다.
은소로 작가님 배우신 분... 은소로 선생님께서 레마 레쉬트라는 등불을 밝혀주셨고, 평생 모르고 살뻔한 남캐 취향을 새로 발굴했습니다.
1000년 넘게 자기 감정 봉인하고 살던 마법사가 결국 외로움에 굴복해서 자신과 비슷한 아이를 데려왔다는 점에서 일단 박수를 침.
저는 사랑이 본능적인 부분도 있지만, 근원적인 고독을 해갈하기 위해 매달리는 사람도 은근히 많다고 생각해왔거든요.
시작은 그게 아니더라도, 거기서 환희를 찾는 사람들도 꽤 보였고.
레마 레쉬트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는 단어 중 하나는 고독이고, 사랑이 똬리를 튼 이유도 외로움이라는 점에서 너무 ... 좋았음....
그리고 레마가 처한 상황이 제대로 된 상황은 아니라서, 종종 그로 인한 뒤틀림이 드러나는 때가 있습니다. 근데 섬뜩하면서 선을 안 넘음.
이거 매우 중요합니다.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쎄한 캐릭터라는 거거든요... 쎄한 원인도 기질적이지도 않고 외부적인 거라 오타쿠가 합리화 가능함ㅋㅋㅋ
요약하자면 한바퀴 빙글 돈 다정함이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키잡에 감금에 온갖 자극적인 요소는 다 나오는데도 불편하지 않았던 이유는 원래 다정한 사람이 돌아버린 거라 다정함이 여전히 남아있어서 그런 듯.
후술할 이유도 크지만요.
2. 아즈릴 아스테라
기대도 안한 제대로 된 여자주인공 성장물을 발견해서 매우 당황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쓴 성장물입니다. 워낙 긴 기간을 한 번에 서술하고 있어서 성장 과정이 잘 드러나진 않는 편인데 그래서 오히려 납득하기 쉽지 않았나 싶고...
책 초반에는 피폐한 상황에 멘탈만 붕괴되던 아즈릴이 후반에는 용기로 모두를 구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새드엔딩으로 가는 급행열차를 탄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아즈릴이 선로를 틀어 해피엔딩으로 이끌어냄.
그 과정에서 스케일이 너무 커져서 동화가 아니라 신화처럼 느껴질 정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즈릴이 가는 길에 우연의 역할이 컸던 것도 사실이라 동화라는 제목이 붙은 것도 이해는 가는데, 이건 아무리 봐도 신화입니다.
아즈릴이 클 수록 성숙해진 데다 첫키스까지 30년이 걸려서, 개인적으로 지뢰인 키잡도 그러려니...
마찬가지로 지뢰인 감금도 '아 쟤가 잠깐 돌았구나,' 하고 그러려니 하게 됨. 감금도 좀 외출금지 시키는 느낌이었음....이럼 안되는데ㅋㅋㅋ
아무튼 인간이 가진 근원적 고독을 (좀 외부적인 요인도 섞였지만) 사랑과 관계로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정말 아름다웠던 이야기다.
은소로 작가님 만수무강하시고 얼른 차기작으로 돌아오셔서 영앤리치 되세용...
+) 이 블로그에 <어스시의 마법사> 리뷰가 있음. 옛날에 스포 없이 쓴 거라 제대로 된 이야기가 없는 조악한 리뷰임.
어쨌든 둘 다 읽어보긴 봤고...차라리 아무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나 집어올려서 제인 오스틴 소설 표절이라고 주장하십시오. 그게 더 설득력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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