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에 결말 스포 있음.
'공주님'으로서 곱게만 자란 클로디아는 불행한 사고로 인해 구국의 운명을 짊어지고 마왕을 무찌르러 가게 된다.
하필이면 호위로 나선 이는 전 약혼자. 과연 이 파티 무사히 퀘스트를 완수할 수 있을까...?
페미니즘적인 주제가 작품의 줄기를 관통하고 있다.
주인공인 클로디아는 공주이기 때문에 사회가 부여하는 여성성을 강요받고 이를 당연시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것이 자신을 온실 속 화초로 만들었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앗았다는 걸 깨닫는다.
'공주로서 응당 지켜야 하는 것'으로 상징되는 여성성을 벗어던지면서 클로디아가 점점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되찾게 되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성장의 방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이야기이다.
클로디아가 주어진 역할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신의 본질을 찾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면 훌륭한 성장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근데 원래 잘하던 거 말고 새로운 것을 잘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활자에 찌든 장르소설 독자의 니즈는 만족시키지 못한다.
칼을 들었으니 한 번은 멋있게 휘둘러줬으면 싶은데 클로디아에게 검술훈련은 체력단련 이상의 효과를 내지 못한다.
검술이 하루아침에 뚝딱하고 완성되는 게 아닌 건 맞는데... 당연한 거 보려고 소설 보는 건 아니라서...
판타지 소설 리뷰란에서 '노력에 대한 대가가 분명하기 때문에 웹소설을 봅니다'란 말을 보고 속으로 혀를 찼던 내가 똑같은 얘기를 할 줄은 몰랐다.ㅎㅎ
페미니즘적인 메세지가 강한 걸 보면 폭력은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 같기는 하다. 근데 김빠진 사이다 먹는 기분은 어쩔 수 없다.
속되게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클로디아의 모험은 우연으로 인해 해피엔딩을 맞게 된다.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자에게 상냥해서, 우연히 요정들이 문제를 해결할 아이템을 던져줘서.
클로디아가 고군분투해서 얻어낸 결과물이지만, 본인이 주체적으로 방향을 설정해서 얻은 대가는 아니다.
이 공주님이 한 것은 디자이어가 이끄는대로 여정을 마친 다음에, 이렇게 해야지 생각하고 결심을 이야기한 것 뿐이다.
원래는 많은 희생을 감안하며 선택한 결말인데, 우연찮게도 운이 좋아 희생해야되는 부분이 대폭 줄어들었을 뿐....
그렇기 때문에 이 이야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동화 같다'고 하는 것이다.
모험파트는 카타르시스가 부족해서 좀 그랬는데 연애 파트는 좀 후반부에 김 새기는 했지만 어쨌든 재밌었다.
보통 구남친이랑 뭘 해보겠다는 로맨스 소설은 별로 없어서 그 설정 하나만으로도 흥미로웠음.
이 소설의 관전포인트는 '수르 알파와 클로디아는 어쩌다 저 지경이 되었나?'가 아닐까 싶음. '마왕을 어떻게 때려잡을까?'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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