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영화 안 좋아해서 안 보러가려고 했다가 지인들이랑 영화 이야기 하고 싶은 욕심에 보고 왔습니다. 사실 아직까지도 보러 간 게 잘한 건지 못한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보기 힘든 영화입니다. 영화보다가 미쳐버릴 거 같았어요. 영화를 보는 내내 허트 로커라는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사람을 몰아붙여가며 전쟁에서 가장 잔인한 면만 골라 보여주는 게 비슷했거든요. 저는 이 영화를 굳이 아이맥스나 그에 준하는 좋은 상영관에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장감을 느끼는게 꼭 좋은 경험일지는 모르겠거든요. 영화 시작하기 전에 먹은 크레페가 영화를 보고 나온 후 한참이 지나도록 소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직관적이었고 영화인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착실히 구현해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걸 지루하지 않게 잘 해나갑니다. 물론 이건 제가 영화를 보기 전에 지루할지도 모른다는 각오를 하고 상영관에 들어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요. 세 시점이 동시에 나오고, 각 시점마다 이야기의 속도가 다르나 중간 중간에 과할 정도로 설명을 많이 해줘서 어렵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좀 설명을 덜 해줬다면 퍼즐을 맞춰나가는 재미가 있지 않았으려나 싶었습니다. 이미 시점이 맞물릴 거란 걸 영화 맨 처음에 알려주기 때문에 시점이 만나는 그 순간에 어떤 쾌감같은 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저는 초반부에 영화에서 보여줬던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과 그와 동시에 보여주던 개개인에 대한 동정적이고도 따뜻한 시선의 밸런스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영화 말미에 가선 그 밸런스가 전부 무너져 내립니다. 두 시간 동안 힘겹게 쌓아올린 서사는 무너져내리고 애국이라는 메세지만 남습니다. 그 시절 전쟁을 현대의 시각에서 해석하다 갑자기 마지막 한 순간에 전부 진부한 시각과 결론으로 돌진해서 의아했습니다. 뭐 애국심 고취와 선조에 대한 경의감 표시가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덩케르크'가 액션보다는 실제 병사들의 느꼈을 압박감이나 심리적 고통을 표현하는데 집중한 영화라는 데 있습니다. 그런 걸 열심히 보여주다가 갑자기 말미에 애국심 짱짱맨 이러니...
+) 당시 잃었던 놀란에 대한 팬심은 인셉션 재방송을 보며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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