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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애니·게임·기타

[애니 리뷰] 식극의 소마 1기

 

1기 나오고 쓴 리뷰. 그 후로는 안 봄...

 


 

  현재 일본에서 잘 나가는 동명의 만화를 바탕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입니다. 요리 애니메이션이지만 어째 나오는 요리를 먹어보고 싶다는 이야기보단 사람들이 음식을 먹으며 맛을 느끼는 부분이 얼마나 야한 지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는 만화입니다.

  요리사를 꿈꾸는 소년인 소마가 요리 전문 학교에 가서 경쟁자들과 대결도 하고 견문도 넓히는 이야기입니다. 요즘에는 오히려 좀 보기 힘들어진 전형적인 왕도 전개를 따르고 있습니다. 때문에 전개 자체는 단순하고 식상할 법도 하지만 매력적이고 독특한 캐릭터를 여럿 등장시켜서 이야기의 지루함을 덥니다. 재밌는 왕도적 전개에다 오랜만에 만나는 인싸이더 남주인공이라 그런지 열도에선 반응이 꽤 뜨거운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남녀노소 불문하고 열심히 벗겼음에도 BD 판매량은 망했습니다. 때문에 원작 만화는 몰라도 애니메이션은 재미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재밌더군요. 그래도 이야기가 탄력을 받는데 조금 시간이 걸린다는 점과(5화 정도는 넘어가야 재미있음) 식극 예선이 좀 지나치게 단순하고 반복적이서서 재미없었다는 점은 많이 아쉬웠네요. 개개인끼리 싸우는 식극은 재미있게 표현했으니 2기는 기대해볼만하지 않나 싶습니다.

  스토리 자체에는 큰 흥미가 없었지만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이어서 재밌게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실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식극을 통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게 지나치게 만화적이고 작위적인 설정처럼 느껴졌습니다. 전혀 인성 교육에는 관심이 없는 학교라니. 뭐, 하이퍼 리얼리즘인가 싶기도 하고요. 아무튼, 요리 천재 소마가 경쟁자들과의 대결을 통해 배워가며 학교의 톱을 향해 달려가는 내용은 어떻게 보면 뻔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대신에 이야기 곳곳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간지를 내뿜는 캐릭터들이 여럿 포진해있었어요.  그것이 제겐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캐릭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에피소드가 잘 배치돼어있어요. 메구미는 평범한 시골소녀 캐릭터지만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세심하게 그려줘서 결국엔 좋아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에리나도 흔한 츤데레 캐에 (아직까지는) 악역 포지션이지만 틈틈이 귀여운 모습을 보여줘서 매력을 어필하고요. 그 외에도 수많은 매력적인 캐릭터가 나오고 그 캐릭터의 매력을 어필하는 데 굉장히 성공적이었습니다. 웃기게도 소마는 그냥 요리 바보에 정말 왕도같은 주인공인데도 그 독특한 캐릭터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얻어요. 단순한 소년만화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캐릭터의 입체감을 쌓으며 매력적인 캐릭터로 변모해가더라고요. 

  그럼 이제 그 벗는 씬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10년 전 쯤 '신의 물방울'이라는 작품이 굉장히 유명세를 탔었습니다. 주인공이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와인을 시음하고 맛있는 와인을 찾아가는 내용인데요, 왕도적 소년만화 전개를 성인 독자층에 맞게 세련된 스타일로 잘 풀어내서 인기가 많았습니다. 저도 당시 디켄팅 따라한답시고 물 이상하게 따르다가 컵 많이 엎었습니다. 근데 그 만화에선 와인을 한 모금 입에 물면 어떤 아름다운 여성이 보인다, 호수에 아름다운 풍경이 보인다 등등 비유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와인의 맛을 표현했는데, 일반 독자의 마음에는 좀 와닿지 않는 표현이었던 모양이더라고요. 식극의 소마는 그런 맛 표현을 훨씬 더 과장되게 표현했는데요, 비유적인 표현과 더불어 오르가즘을 느끼는 듯한 표정과 누드를 함께 보여줍니다. 특히 원작 그림작가님께서 예전에 얇은 책을 여러 권 그리셨고 그런 표현으로 또 굉장히 유명한 분이라서.......결론부터 말하면 이게 음식 배틀 만화인지 야한 만화인지 혼란스러운 물건이 탄생했고, 오히려 지나치게 오버한 표현이고 분위기도 딱히 진지하지도 않기 때문에 그 부분이 오히려 원작의 인기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화 되면서 야한 부분은 배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옷이 찢기는 그림을 보는 것보다는 찢기는 동세하고 성우 보이스가 붙으면 훨씬 야해지니까요. 근데 웃긴 건 이 만화가 맛을 보는 장면만 빼고 보면 일본 애니메이션 치곤 오히려 그럭저럭 건전한 편이라는 겁니다. 바스트 모핑이나 여성 캐릭터의 성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샷이 없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치마를 들추거나 작중 내에서 직/간접적인 성적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은 없기 때문에 비교적 편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섹스어필이 없는 건 아니었는데 그것이 캐릭터의 개성이 될 수 있도록 적당히 묘사했고요. 이는 음식들이 알아서 옷을 벗겨주기 때문에 강제로 캐릭터의 옷을 벗길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때문에 오히려 전 저 서비스신의 존재를 좀 더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서비스신을 좋아하진 않지만 꼭 있어야 된다면 이렇게 완벽히 현실과 유리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맛 평가하는 부분은 스킵해도 되니까요. 딱딱 구분이 잘 되어 있어서 보고 싶은 분들은 보시고 보기 싫어도 안 볼 수 있다는 게 꽤 괜찮았습니다. 저는 맛 평가하는 부분은 와닿지도 않았고 요리에 지식이 없으니 흥미를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매번 스킵하면서 봤네요. 오히려 그 부분을 스킵하면서 보니 내용을 더 타이트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어요. 적다고는 하기 힘든 분량의 애니메이션을 빠른 시간 내에 볼 수 있었다는 나름의 장점이 있었습니다.

  아쉬운 부분이 없었냐면, 그렇지는 않아요. 애니메이션을 스킵해서 봤다는 건 어쨌든 어떤 부분이 지루했다는 의미고, 캐릭터의 매력에 가려졌지만 내용 자체는 (아직까진) 너무 왕도만 따르기 대문에 뻔하니까요. 예상치 못한 위기를 주지만 어쨌든 소마는 학교를 제패하고 십걸이 되든지, 십걸은 못 돼도 그간의 경험을 통해 성공한 요리사가 될 거니까요. 인생 명작은 아닙니다. 하지만 보는 동안 기분 나빠지지 않고 적당히 재밌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 오히려 요즘엔 그런 게 흔치 않기 때문에 아마 2기도 열심히 챙겨볼 거 같네요. 절대로 아리스랑 하야마 때문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