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바바리안 퀘스트'라는 소설을 추천받아놓고 잊고 살다가
우연한 기회에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인 '킬더드래곤'을 보게 되었다.
사일런스쨩이 매우 귀여웠다.
군대 냄새
군대 냄새가 강하게 났다.
SF가 가미된 판타지, 디스토피아, 아카데미물 등등 다양한 키워드로 이 소설을 설명할 수 있지만
밀리터리물의 향기가 제일 강하게 남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 장르소설 작가의 상당수가 군필자다 보니 밀리터리 관련 묘사는 대부분 밀도 높게 이루어지는 편이다. (군대 안 다녀온 입장에서 보면 그럼.) 킬더드래곤도 마찬가지.
개인적으로는 밀덕들이 장비에 집착하는 반면 밀덕 아닌 군필자들은 전술이나 지휘체계에 더 집중하는 느낌을 받는다.
찾아보니까 작가가 설정을 군 복무할 때 짰다고 함.
지나가다 본 카더라 썰이라 신빙성은 낮지만 '어쩐지'라는 생각은 듦.
취향
내용은 정말 취향이었음.
솔직히 소설 후반부 넘어가는 시점에서 생뚱맞다고 느낀 부분도 있었는데 그거 감안해도 굉장히 취향임.
일단 디스토피아임. 망해가는 세계라는 부분에서 마음속 가산점이 붙었음.
분위기랑 묘사도 숨 막혀서 디스토피아 느낌이 팍팍 남.
이거 취향 안 맞으면 못 보겠다 싶을 정도로 메마른 느낌의 소설임.
그리고 작가가 굳게 믿는 철학이 있고 그게 작품의 주제의식이 되는 부분이 좋았다.
에미야 시로식 성장이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긴 한데...🤔나만 그거 별로라고 생각하는 거 같기도 하고...🤔
캐릭터
일단 사일런스는 내가 사랑하니까 뒤에 따로 얘기할 거라서 걔만 빼두고 얘기하려고 함.
이 작품에서 사일런스가 빛났던 건 사일런스 빼고 다 캐릭터가 정 붙이기 어려워서 그럼.
등장인물의 나이가 굉장히 어림. 너무 어린데 사고는 성인이나 할 법한 사고라 괴리감이 심함.
그걸 합리화하기 위해 같은 설명이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조금 질리더라.
주인공뿐만 아니라 조연 전부에게 적용되는 문제라고 본다.
그래도 나이 문제를 빼고 생각하면 서브컬처라는 특성을 감안할 때 다양하고 완성도가 높은 인간군상이 나옴.
사실 이것도 제대로 해내는 작가가 거의 없기는 함ㅋㅋㅋㅋㅋ
다만 조연이 입체적인 인물이라는 여러 사람들의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개성 있는 조연의 성격이 역동적인 스토리라인에 휩쓸려 무너지지 않았다는 편에 가까운 듯.
오타
Epub이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 책 형태로도 판매되는 소설인데 오탈자 검수가 심각하게 안되어있음.
이건 작가랑 출판사 둘 다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스토리라인 집중하면 오탈자 거의 못 보는데 나까지 이걸 잡을 정도면 진짜 심각한 거란 의미임.
워드에서 빨갛게 표시되는 것만 고쳐도 잡힐 오류가 많다.
글은 취향이 맞으면 모든 걸 눈감고 볼 수 있단 걸 알려준 소설이다ㅎㅎ
>>>이 아래로는 스포일러가 있음<<<
사일런스
이 숨 막히는 소설에서 커여움으로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극소수의 캐릭터 중 하나다.
사일런스의 비극은 현재가 아닌 과거에 있기 때문에 사일런스의 양념 같은 캐릭터성이 좀 더 눈에 띄는 편이다.
이 소설에서는 '성장'이라는 중요한 주제를 다루기 위해,
또는 전개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요 등장인물의 캐릭터성이 의도적으로 맞춰졌다는 느낌이 강하다.
사일런스의 캐릭터성은 그런 측면보다 매력이라는 측면에 더 강하게 맞춰져 있어서 좋음.
킬더드래곤에 던져진 떡밥을 보다 보면 이 소설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느낌이 팍팍 온다.
내가 스토리를 읽을 때 뒤를 상상하며 보기보단 그냥 현재에 집중하는 스타일임에도
어지간한 떡밥 보면 나중 전개가 이렇게 되겠구나 싶었던 몇 안 되는 소설임.
이건 킬더드래곤이 국내 장르소설보다는 영화, 해외 SF소설, 게임, 만화 등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렇지 않나 싶음
추측이지만 작가님 장르 안 가리고 이것저것 많이 보시기는 하는 듯.
근데 사일런스 떡밥만 유일하게 눈치를 못 챘다... 여자일 줄은 상상도 못 함.
단서로 제공되는 것들이 나에겐 당연한 거고, 단서에 해당하지 않은 여성을 숱하게 봐와서 그런 거 같다.
개인적으로 작중에서 제공되는 여성 사이커의 특징에 더 가까운 건 사일런스가 아니라 쿠로가 아닐까 싶다.
말 나온 김에, 성인지 감수성 쪽으로 큰 문제는 없어 보이나 좀 아니다 싶은 자료 조사 미비가 있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 대한 이해 또한 부족하다 느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마음을 남성의 특성으로 단정하고,
여성인 나조차 해당되지 않는 특정 성격군을 여성 전체의 특성으로 보는 심각한 오류가 곳곳에 잔존한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통계적으로 힘이 약하다.' 같은 부분을 걸고넘어질 생각은 전혀 없음.)
관행적으로 많은 창작물들이 독자들에게 판타지를 제공하기 위해 현실을 왜곡하기도 하나
이건 딱히 그런 목적이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
다른 리뷰를 보면 빠삐용 언급도 좀 있고 엔더의 게임(이건 내가 안 봐서 모르겠다) 언급도 종종 나옴.
유사성 때문에 지적받는 부분이 이미 사골이 되도록 우려먹은 요소라서 문제 될 건 없어 보인다.
'웹소설(판타지)·라이트노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전을 보자 - 어스시의 마법사 (0) | 2020.09.22 |
---|---|
오래 전에 쓴 '종말에 뭐하세요?' 1부 리뷰 (0) | 2020.09.22 |
문피아 2020 공모전 참가작 리뷰 (0) | 2020.07.06 |
사상 최강의 매니저 - 결말이 먼저인가 떡밥이 먼저인가 (1) | 2020.06.06 |
전지적 독자 시점 - 웹소설 바닥의 뜨거운 감자 (0) | 2020.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