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판매중지 떠서 급하게 사서 본 책.
왕위계승권을 가진 로열 프린세스 '유니스 알테어'가 옆나라 제국에서 보낸 혼담을 피하기 위해
보좌관인 '나타니엘 체셔'와 위장 연애를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금발에 똑부러지지만 어딘가 허술한 공주님과 무언가 수상하지만 어쨌든 고지식한 원리원칙주의자의 연애담.
솔직히 말해서 유니스는 좋은 직장상사는 아니다.
하지만 체셔도 만만찮은 인간이 아니고, 공주에게 잘하지만은 않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즐기면서 봤다.
(감히) 일국의 공주에게 카베동을 시전하고 지 멋대로 스킨십을 하는 사람이라 을이라고 할 수가 없다...
여러모로 요즘 로맨스 판타지 소설에서는 보기 힘든 캐릭터.
나는 남주가 여캐 보좌관이거나 기사, 비서 등등 인 소설을 없어서 못 보는 수준이라 굉장히 즐겁게 봤다.
공주님 캐릭터도 너무 취향이라서 (체셔는 취향 아니지만) 자잘한 단점이 눈에 안 들어올 정도였다.
로맨스는 취향이었지만, 이 글의 중후반부에는 위험한(?) 발언이 종종 나온다.
일단 이 소설은 유니스를 비롯한 왕족이 완벽하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간다.
실제로 유니스는 정말 그림으로 그린 듯한 왕족이며, 왕족이 이렇게만 해주면 시민혁명 같은 건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드러난 현재 왕족 뿐만 아니라 미래의 왕족도 완벽할 거라 상정하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다.
근데 실제로는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잖아요. 당장 유니스 아들 딸이 좋은 왕족이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유니스가 괜찮다는 이유로 안전장치를 풀어버리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입니다.
일례로 이 이야기에는 '공주의 남편이 정계로 진출할 수 없다는 것은 구시대적이다'는 언급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알테어 입헌군주제로 향하다가 다시 전제군주제로 돌아간다는 인상을 받았다...
알테어 왕가가 너무 완벽한 왕족이라서 느껴지는 괴리감도 있다.
'국민의회는 국민의 목소리를 좀 더 가까이에서 듣고 싶은 왕실의 오랜 소망이었다.'라는 말도 나오는데
제 핏속에 숨어있던 프롤레타리아 정신이 튀어나와서 텍스트로 묘사된 캐릭터가 아닌 실제 사람이 저런 말을 하면,
저건 유산계급의 입발린 소리이고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막기 위해 주는 달콤한 뇌물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음... 사회주의 관련 개드립은 그만 봐야 할 것 같다.
오랜만에 취향에 직격탄을 날리는 소설을 봐서 좋았다.
밝고 가벼운 이야기라서 쉽게 읽히고, 뒤로 갈 수록 판타지적 요소도 많이 사용된다.
자기가 읽은 소설이랑 비슷한 소설 추천해달라고 인터넷에 글 올리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로열 프린세스 비슷한 소설 어디 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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