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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로맨스)

[웹소설/로맨스] 무례한 나의 다중인격자에게


아름다운 항구 도시 라스페치아. 고아원을 나온 후, 3년간 전쟁터에서 간호원으로 복무했던 모니카는 부유한 몰렛 가문의 가정교사로 채용된다.
낯선 도시에 온 첫날, 모니카는 익숙한 얼굴을 마주한다.


"…솔?"
"죄송합니다만, 저는 그런 이름이 아닙니다."


전쟁터에서 극진히 간호했던 병사, 솔이라고 생각하지만 남자는 모니카를 모른다고 답한다.
그러나 만날 때마다 이름이 달라지고, 성격도 달라지는 이상한 남자.
머리 위에 꿀을 부은 듯 달콤한 남부 출신 바람둥이, 루이스. 태생부터 비뚤게 태어난 듯 난폭한 불량배, 가르시아.

그리고 명가의 자제로서 뼛속까지 오만한 귀족, 엔리케까지.
같은 건 그림 같은 외모와 오른쪽 눈가에 난 상처뿐.

그는 다중인격자일까, 아니면 거짓말쟁이일까?


 

책 소개문은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소개문을 일부 수정하여 가져왔다.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때마침 작가님께서 종이책 주문 받고 계시길래 냉큼 나도 주문했다. 로맨스 웹소설 종이책을 소장하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다.

이 작품의 50화를 읽을 때는 내가 이걸 종이로 소장하기는 커녕 소장권을 30개나 모아둔 걸 후회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정말 단행본을 집에 놔둬도 부끄럽지 않을 소설이며 당당하게 머글 친구들에게 '로판 잡숴보싈?'하실 때 제일 먼저 들이댈 수 있을만한 소설이다.

내가 재겸 작가님 작품 중에 제일 좋아하는 건 '빙의자가 다녀간 후'지만 그건 머글에게 추천하긴 좀... 그런 것들이 있다.

난 그런 것들을 좋아하지만, 내 사회적 체면에 흠이 가지 않으면서 내 정체성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덕질을 드러낼 때, 이 책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소개문에는 빠진 부분이 좀 있어 설명을 더 하자면, 몰렛 가문의 딸인 리엘라는 모니카 대신 입양된 딸로 평판을 위해 입양된 처지를 숨기고 지내고 있다.

리엘라는 동생의 가정교사가 된 모니카가 비밀을 폭로할까, 자신의 자리를 빼앗을까 늘 불안해하며,

이는 모니카가 자신의 약혼자를 유혹했다는 오해로 이어지게 된다. 모니카 또한 입양될 자리를 양보한 리엘라를 보며 온갖 복잡한 심경을 느낀다.

거기에 엔리케의 다른 인격으로 추정되는 루이스와 가르시아가 모니카에게 (제 딴에는) 다정하게 구는데,

이는 리엘라의 오해를 촉발시키는 동시에 리엘라가 모니카를 괴롭히는 동기로 작용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리엘라와 모니카의 갈등과 심리묘사가 정말... 미슐랭 쓰리스타인 소설이다.

작품 중반부까지는 엔리케의 다양한 인격들(추정)과 모니카가 우연히 얽히고, 그걸 목격한 리엘라가 폭발하여 모니카를 괴롭히는 내용밖에 없음에도

섬세한 심리묘사 때문에 재미와 작품의 차별점이 생겼다.

사실 소재 자체는 로맨스 장르에서 흔히 쓰이는 클리셰의 모음에 가깝다. 가정교사와 귀족 도련님, 평민을 괴롭하는 귀족아가씨,

전쟁터에서 만난 부상병과 간호원, 퇴역군인의 PTSD, 다중인격자 남자주인공(추정), 대학진학을 희망하는 여주인공...

그럼에도 리엘라와 모니카의 갈등을 묘사하는 방법에서 드러난 필력은 그 자체로 작품의 개성을 부여했다. 

클리셰를 따라가지만, 이런 생각과 서술트릭에 남주 플러팅까지 꽉꽉 차 있어서 소설이 빈 듯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스포주의

 

 

내가 '킬미힐미'와 같은 다중인격자 남자주인공을 소재로한 로맨스물을 기존에 많이 본 건 아니라

엔리케 솔리벤이라는 캐릭터의 개성을 논하기는 조금 어렵지만...

일단 그가 하프앤하프 피자처럼 여러 맛을 한꺼번에 즐기게 해줘 독자를 더욱 즐겁게 해준다는 것은 알겠다.

전쟁으로 인한 후유증을 이렇게 즐겨도 되나 싶지만.. 이건 제 잘못이 아닙니다. 루이스, 엔리케, 가르시아, 솔을 전부 매력적으로 쓴 작가님 탓입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쓰는 것이 장기인 작가님께서 그 장기를 최대한 발휘한 소설이기 때문에 재미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었다.

그 방법이 무조건적으로 캐빨요소를 퍼붓는 것이 아닌, 그 상황에서 그 사람이 할법한 생각과 행동에 대한 고민에서 나왔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주변인에게 권해도 부끄럽지 않은 책'이 나왔다고도 생각한다.

마지막 재판 부분이 좀 그렇기는 한데.. 그쪽에서 섬세함을 원한다면 다른 장르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이 소설은 외전에 대한 평가도 좋은 편이다. 특히 두번째 외전.

등장인물들의 방향이 엇갈렸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독자님들과 달리 나는 모니카와 리엘라 동생(아 이름 기억안남)의 우연한 만남이

그저 오만한 귀족도련님으로 자랄 소년이 약혼자를 통해 바뀔 기회를 얻었듯, 다시 한 번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줬다고 내 멋대로 해석하기로 했다.

내가 걔 좋아해서 그럼...

 

여담인데 대부분의 서점사에서 로맨스판타지로 분류할 소설인데, 내가 판타지 요소 없는 가상시대물은 로맨스판타지 장르로 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블로그에서만 편의상 로맨스로 분류해봤음. 근데 포스팅에선 나도 로판이라고 써놨네요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