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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로맨스)

[웹소설/로맨스판타지] 남편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공작님. 저와 결혼해 주세요.”

신전의 1급 현상범, ‘푸른 루비’를 쫓고 있는 요하네스 노아비크는 어느 날 갑자기 청혼을 받았다.

“서로의 옆자리에서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잖아요. 신뢰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는 있는 법이에요.”

해맑은 미소가 사랑스럽고, 엉뚱하지만 통찰력 있는 말을 해 대는 그의 새로운 아내.

“저랑 결혼만 해 주세요. 알아서 잘 살게요.”

수상하기 짝이 없는 그의 아내가 가진 비밀은 무엇일까?


 

그의 아내가 가진 비밀은 공작님께서 평생 쫓던 '푸른 루비'가 바로 자신이라는 것입니다. 1화부터 나오는 내용이니까 스포일러는 아님.

 

연재처는 리디북스이지만, 소위 '카카페 스타일'에 더 가까운 소설이다. 밝고 유쾌하며 가볍다.

건강한지는 모르겠지만 리디북스의 수많은 마라탕에 비해선 건강한 맛이 맞다.

제목만 보면 여주인공이 계약결혼 기간 중의 남자주인공의 학대를 버티다 못해 시골로 숨어들어서 전원 생활을 즐기다가,

결국 남자주인공이 무릎꿇고 싹싹 빌어서 받아주는 내용 같은데 그런 내용 아니다.

 

약스포주의

 

남자주인공인 요하네스에게 아픈 과거사가 있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요하네스는 그걸 핑계로 여자주인공에게 가혹행위를 하는 개새끼는 아니다.

요하네스는 과거를 후회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업보는 아니다.

여자주인공이 튀는 것도 맞고, 튀어버린 여주 때문에 요하네스가 수척해지고 눈 뒤집혀서 쫓아가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는 엘로이즈를 학대하지도 않았고, 엘로이즈도 학대를 견디다 못해 튄 건 아니라 이 둘은 금방 재회해서 바로 염병천병 연애를 한다.

 마찬가지로 주인공인 엘로이즈는 안타까운 과거로 인해 일반 상식은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밝고, 끈기있게 삶을 갈망하는 동시에

수시로 개그도 쳐주는 갓-여캐로 (리디북스 평균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강한 캐릭터다.

이 작품의 분위기는 엘로이즈가 꽉 잡고 있으며, 덕분에 이 작품은 우당탕탕 깨발랄 로맨스 판타지물에 가깝다.

이 밝은 분위기 때문에 제국 단위의 거대한 음모는 약간 엉성해도 그러려니하고 넘길 수 있었다.

 

초반부가 잘 맞는다면 후반부까지 믿고 달릴 수 있는 작품이다.

나는 떡밥 뿌리는 초반보다 회수하는 후반이 더 재밌었는데, 이는 초반부의 개드립까지 후반부에서 알뜰살뜰하게 다시 살려주는 작가님 필력 덕분이었다.

나도 내가 "숙맥 취급하지 마. 난 레오 아버지야."란 요하네스의 개드립 때문에 후반에서 처울 줄은 진짜 몰랐다...

캐릭터도 매력적이면서 확고했고, 음모도 충격적이진 않았지만 최소한 제 역할은 다 했고,

이래저래 로판 장르에서 독자가 기대하는 바에 충실히 부응하는 소설이었다. 만족스러운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