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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독후감] 동유럽 기행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책을 이걸로 처음 읽었다. 이유는 간단한데, 우리집에 있는 세계문학 전집에는 마르케스의 책이 없었고,

나는 대체로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저자의 책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사전지식 없이 백지 상태로 책을 읽었다.

심지어 내가 동유럽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거라곤 '내가 태어나기 전에 냉전을 하다 소련이 망했다' 정도였고...ㅋㅋ

때문에 이 책이 당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했던 기록인지, 저자의 의도는 무엇인지 어렵게 더듬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에세이 카테고리에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들었는데, 역사의 이정표 없이 과거의 기록을 읽기란 꽤 어렵더라.

 

개인적으로는 사회주의 국가의 실패를 공산주의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아무래도 사회주의 국가의 실패는 자본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한 선전용 예시로 쓰이곤 하잖아요?

그래서 사회주의를 주류 경제학계의 시각에서 본 적은 많지만 반대의 시각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경제학자들은 실패 요인으로 국가생산의 필연적 비효율성과 소유권의 부재를 지적하는데,

이 책에서는 소련이 처한 상황을 돌아보면서 폐쇄성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언론탄압을 언급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발전의 방향성을 지적하기도 하고.

근데... 범부는 알 수 없는 효율의 길을 보이지 않는 손이 밝혀준다는 것이 자유시장경제체제가 현재까지 변형된 형태로라도 존재하는 주요 근거다.

맑스-레닌주의와 계몽주의에 기반한 독재를 분리할 수 있나 싶고, 견제 없는 체제 하에서 결정자가 옳은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할까 싶기도 하고.

(다른 사회주의 사상은 내가 잘 몰라서 얘기를 못하겠음)

 

내가 사회주의의 실패에 꽂혀서 이런 소리, 저런 소리 하기는 했지만,

사실 이 책은 원인을 분석한다기보다는 냉전시기 동유럽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를 하는 책에 가깝다.

다만 내가 교양이 부족하여 그 묘사를 북한을 보는 현대 남한사람의 시각 밖에서 볼 수 없었고, 별달리 할 말이 없을 뿐.

 

여담인데 알라딘에 어떤 독자 분께서 남겨주신 리뷰가 참 괜찮음. 나처럼 냉전시기를 잘 알지 못하는 분들께서 읽기 전에 한 번 읽고 가면 좋을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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