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컬쳐

지구 끝의 온실 - 즈어질의 감상

 

김초엽 작가의 작품을 끝까지 읽은 건 처음이다.

예전에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실린 단편을 두개 읽고 몸이 아파서 안 읽고 반납해버린 거 말고 따로 읽은 적은 없다.

'지구 끝의 온실' 초반부를 읽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종종 있었는데, 그래도 후반부에 몰아치는 작가님이니 좀만 버티자... 싶었고,

예상대로 뒷부분의 결실은 값졌다. '지구 끝의 온실'을 보기 위해 나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조금 보게 된 것이 아닐까.

 

다른 독자들과 공유할만한 양질의 감상은 다른 분들께서 충분히 올려주셨을 테니,

나는 좀 더 직접적이고 천박한 언어로 내 교양수준에 걸맞는 감상을 올려보려한다.

 

 

이하 스포주의

 

 

밍나, 여기 백합이 훌륭합니다---!!!

님들 행성 스케일의 사랑 이야기를 보십시오.

 

물론 지구 끝의 온실의 주인공은 지수와 레이첼 단 둘이 아닌, 그 시기를 지나온 수많은 여성들이고,

(얼핏 보기엔 그저 없던 걸로 돌아가버린 줄 알았던) 그들의 연대해온 시간과 그들이 공유해온 의지가 지구를 살리는데 상당 부분 공헌했지만...

아무튼 행성스케일의 백합이 평소에 백합 안 보는 독자도 재미있게 읽었을만큼 아름답게 써져있었단 말입니다.

물론 저도 2020년 한국 문학에서 성소수자를 조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단 걸 알고 있고,

'지구 끝의 온실'이 GL장르에서 추구하는 만족감을 독자에게 선사하기 위해 성소수자의 사랑을 쓴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겠고,

백합이라는 단어를 여기서 써도 솔직히 괜찮을지도 확신이 안 서지만요...

근데 내가 개씹덕이라서 저 위의 두 줄 말고 내 감상을 표현할 길이 전혀 보이질 않음. 맨날 스낵컬쳐만 봐서 교양수준이 부족한 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