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처럼 따르는 그녀는 친부모가 아니다. 함께 사는 그들은 형제가 아니다.
엠마, 노먼, 레이 세 사람은 이 작은 고아원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일상은 어느 날 갑자기 마지막을 고했다.
진실을 알아버린 아이들을 기다리는 운명은…?! 영원의 아이들이여, 절망에 맞서라! 충격의 탈옥 판타지!!
대충 지략캐들이 도덕을 버리고 쉽고 안전한 길을 택하려다 햇살캐에게 감화당하여 정도를 걷는 이야기다.
4권까지만 읽었다가 몇년이 지난 후에야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옛날에 쓴 아주 간단한 리뷰는 이쪽 참고.
지능배틀물과 탈출극이 취향은 아니라서 큰 기대는 안 했는데.. 큰 기대를 안 하고 읽기 잘했다ㅋㅋㅋㅠㅠ
연출이 굉장히 좋은 만화고, 지능 배틀과 심리전이란 측면에서만 봤을 때는 무난했다.
초독할 때는 재밌어서 허겁지겁 이야기를 쫓아가며 읽었는데, 재독할 때 연출의 힘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탈출극은 사실상 5권을 기점으로 막을 내리고, 이야기가 점점 잔혹동화풍 배경의 레이드물 비슷하게 바뀐다.
독특한 세계관을 매력적인 작화로 살려내어 세계관을 처음 맛보는 초반에는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반전에 반전을 잇는 연출도 호흡이 조금 길어져서 묵직한 한 방을 날리는 식으로 바뀐다.
이런 저런 부분이 바뀌어도 컷 연출과 카타르시스를 끌어올리는 전개가 좋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편집부 개입이 줄어들면서 컷 연출이 같이 무너지는 장편만화를 여럿 봐와서 그런지 매우 기뻤다.
이하 스포주의
다만 후반부 떡밥 수거와 이야기 전개는 좀 실망스러웠다. 특히 여왕님의 최종진화형태를 봤을 때, 엔딩망한 모 만화가 떠올라 참 고통스러웠다.
이 이야기 막판에 발생한 문제의 대부분은 일행이 '귀신을 죽이면 안 된다'는 엠마의 의견을 단지 '엠마가 그러니까' 받아들이는 바람에 생겨버렸다.
의견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대신 대충 얼버무려버리는 바람에, 자기들끼리는 설득이 어떻게 됐는데 끝내 독자는 설득 못하거든요.
덕분에 귀신들이 하나 둘 죽어가면서 그네들의 사정이 구구절절 드러나는 후반부 전개는 정말 TMI와도 같았다.
게다가 이 이야기는 지나치게 상냥하여 절대왕정제에서 민주주의로의 이행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혼란까지 염려했고,
레우위스가 뜬금없이 예토전생해서 개심하고 왕을 천거하는 악수와도 같은 전개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인간이 귀신에게 쫓기다가 인간이 역으로 귀신을 사냥하는 전개나, 시스터들이 피터 러트리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만큼은 정말 끝내줬다.
엔딩으로 가는 과정이 어쨌든, 엔딩도 좋았다. 그건 이 아이들이 행복을 쟁취하고 엠마의 행복을 만들어줄 것이란 확신이 독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긴 시간 동안 자랐고, 엠마는 본디 성정이 강인한 아이니 앞으로의 미래는 밝을 것입니다.
사실 장편만화가 연출 안 무너지고, 좋은 그림 잘 가지고 가고, 떡밥 성실히 회수해준 게 어딥니까.
잘 읽었습니다.
'출판만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화 리뷰] 노다메 칸타빌레 - 시간을 뛰어넘는 웃음에 감사하며 (0) | 2022.05.16 |
---|---|
[만화 리뷰] 사랑을 모르는 우리는 - 청춘물의 탈을 쓴 마라맛 순정만화 (0) | 2022.04.01 |
[만화 리뷰] 10월에 본 만화책 (걸 크러시 / 러프) (0) | 2021.10.28 |
[만화 리뷰] 강철의 연금술사 (0) | 2021.09.08 |
[만화 리뷰] 극주부도 (0) | 2021.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