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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로맨스)

[로판 웹소설 리뷰] 주인공의 구원자가 될 운명입니다 - 대정령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은 불쌍해요

 

'사랑의 천사 웨딩피치' 中

 

  위의 짤방은 리뷰랑 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전투씬 묘사 때문에 웹소설 읽는 사람이라면 <주인공의 구원자가 될 운명입니다>는 한 번 쯤 볼 가치가 있지 않나 싶다.

 

  '주인공의 구원자가 될 운명입니다'(이하 주구운)를 처음 읽을 때는 '내가 왜 이걸 읽나...'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로맨스판타지 웹소설의 클리셰라고도 할 수 있는 아동학대 묘사와 이후의 치유과정을 사실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서. 근데 악셀이 겁화 길들이는 장면이 너무 멋있어서 계속 읽다가... 광기에 휩싸인 주구운 독자가 되고 말았다... 웹소설은 최소 1권 분량은 읽고 계속 볼지 말지 판단해야 한다.

 

  주구운을 처음 봤을 때는 아직 주구운이 연재 중이었는데, 이 소설의 거대한 묘사와 떡밥을 연재로 따라잡기에는 내 뇌 용량이 심히 딸렸다. 그런고로 결말까지 20화 남기고 묵혀뒀다가 최근에 처음부터 다시 쭉 재독했다. 초독할 때는 이걸 왜 읽나 싶었던 아리아 유년시절이 알고보니 떡밥파티였다는 걸 재독했을 때야 알게됐다.

 

  주구운 세계관의 원작 되는 소설의 설정이 워낙 가혹하다보니, 귀엽고 훈훈한 장면 사이사이에서 피폐함이 은근슬쩍 드러난다. 위버 가문의 사람들과 연애초보 뚝딱이들이 없었다면 이 소설은 피폐물 급행 익스프레스를 탔을 것이다. 볼 때는 귀여운 장면이 많아서 별 타격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 좀 심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여운 남는 약피폐물이 이래서 위험하다. 출근 전날에 결말을 읽었는데, 이 소설은 출근 전야에 보긴 부적합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주구운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꼽고 싶은 건 화려한 전투신이다. 초독할 때 대충 읽은 것도 아닌데, 확실히 초독할 당시 내가 봤던 액션신은 위아래가 잘려서 일반극장에서 상영된 아이맥스 영화와도 같았다. 재독할 때 다시 아이맥스로 보고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만큼 디테일이 알차게 채워져있다. 분명히 이 소설, 빠른 전개와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 아무리봐도 웹소설 스타일인데 그 와중에 화려한 묘사까지 챙겨서 당황스러웠다. 액션신뿐만이 아니라 정적이더라도 중요한 장면에선 독자 머릿속에 장면이 확실히 그려지도록 신경 쓴 티가 났다.

 

  (내가 읽어본) 작가의 전작인 <검을 든 꽃>과 <마법사를 위한 동화>의 남캐 모두 긴 은발을 가지고 대외적인 성격도 좀 점잖았던 편이었는데, 주구운의 악셀은 외양과 성격 모두 이놈들과 완전히 정반대다. 주구운은 제목대로 악셀과 아리아드네의 구원 서사가 들어있지만, 아리아가 악셀에게 내미는 구원의 손길은 묘하게도 개통령 강형욱 선생님이 강아지들과 견주들에게 내미는 손길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연재 댓글에 나온대로 아리아는 스스로 견주이자 강형욱이 되어 '세상에 나쁜 악셀은 없다'를 찍고 있다. 온통 시꺼멓고 사회성 바닥난 인간이 여주인공에게 감화되어 사회의 일원으로 귀속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악셀 성격이 그 묘양인데다가 흑발과 붉은 눈이 자주 강조되고, 건강한 육체 또한 자주 강조되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에서 질척이는 악역으로 출연하는 개스톤

 

  자꾸 개스톤이 생각났다....

 

  휴대폰에 표지 삽화 세 장 저장해두고, 악셀이 개스톤으로 상상될 때마다 표지 일러스트 보면서 정신 단디 차렸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하 스포일러

 

 

  주구운은 표지에서부터 남자주인공을 확실이 이 놈이다, 찍어두고 가는 소설이지만, 섭남의 비중이 상당히 큰 편이기도 하다. 은발 머리카락을 길게 유지하고 있는 섭남2(...) 파이가 나중에 최종보스가 되는데, 여주인공의 강인함이 막막한 상황을 돌파하는 기적의 열쇠가 된다는 점에서 작가 전작인 <마법사를 위한 동화>가 많이 생각났다. 섭남1인 루드빅에게는 상황이 참 너무한데, 화려한 외모가 엘디어 공작을 연상시키는 바람에 루드빅은 악셀의 경쟁상대조차 되지 못했다. 루드빅이 적당히 욕망있고 건실한 인간이라 너무 안타까웠다. 보면 알겠지만 이 소설, 어째 멋있는 남자캐릭터는 없고 안쓰러운 놈들만 남아있다. 주인공인 아리아드네의 취향이 그쪽이니 어쩔 수 없긴 하지만.

 

  로맨스 장르라 그런가, 공략대 사람들 중 성직자인 뤼르 이나민 빼고는 연애를 하거나 치정싸움에 얽혀있다. 그 와중에 사랑은 성스러운 것이라는 얘기나 하고 앉아있는 뤼르를 보며 참성직자란 건 저런 것이구나...그런 생각이 들었다.... 회사 우리팀에 나 빼고 다 저러고 있으면 진짜 사표말렸을 듯.

 

  결말이 진짜 아주 깔끔하게 난 소설이라 외전이 필요하다. 근데 없다... 주구운 연재 과정에서 작가님이 겪은 여러 고생에 대해서도 대충은 아는 터라 외전 달라고 작가님한테 조르기도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