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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리뷰]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와 관련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즈미야 하루히 신드롬'이란 말도 생길 정도로 흥했던 컨텐츠지만 작품을 둘러싼 여러 외부적인 요인들로 인해 지금은 오와콘이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게 되었네요.

참고로 저는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이하 소실)을 감상하기 전에 애니메이션 1기도 봤고 라이트노벨도 2007년 이전에 발행된 내용은 모조리 읽어보았기 때문에 시리즈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 있는 상태였습니다. 문제는 그걸 죄다 2007년에 읽고 봤다는 거지만요..

아무튼 2007년의 저는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가 왜 히트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스즈미야는 아무리 봐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았고, 나가토는 아무 말도 없었고, 아사히나는 그냥 불쌍했습니다. 쿈은 그냥 툴툴대는 호구 같아보였고 코이즈미는 인간적인 정이 가지 않았달까요? 솔직히 소설은 정말 별로였고(제가 1권을 거르고 2권부터 봐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애니메이션은 지루했습니다. 당시의 저는 '우월한 작화를 감상하기 위해 재미없는 내용을 끝까지 본다'는 마인드로 1기를 정주행했습니다. 스즈미야 하루히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끄는 모습을 당시 두 눈으로 직접 보긴 했지만 왜 그 시리즈가 인기를 끄는지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리고 전 2016년에 소실을 본 이후에야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의 대성공에 대해 이해했습니다.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는 겉보기엔 평범한 하렘물처럼 보이지만 하렘물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작품입니다. 메인 히로인 스즈미야 하루히를 제외하고 쿈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보인 건 소실 나가토밖에 없습니다. 작중 대부분의 이벤트는 라노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벼운 시츄에이션이지만 시리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1권과 소실에선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입니다. 극장판이라서 더할 줄 알았던 서비스신은 초반부를 빼곤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습니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건 쿈과 하루히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소실 내용의 2/3은 사실상 쿈이 하루히한테 하는 고백이 아닌가 싶던데요? 

쿈과 하루히의 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는 사랑 이야기. 하지만 투명하게 드러나는 둘의 진실한 감정. 그것이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를 관통하는 메인 주제이고,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의 히트를 이끌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그것만 있었던 건 아니죠. 수많은 복선과 떡밥 투척, 치밀한 회수, 다양한 설정, 설정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 화려한 작화... 이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져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의 대히트를 이끌어냈다고 봅니다. 다만 어렸을 때 전 이 모든 것의 핵심이었던 감정선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를 좋아하지 않았던 거 같고요. 

문제는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스즈미야 시리즈 후속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매우 높다는 것...

여담이지만 많은 분들께서 수줍어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하는 나가토 유키의 모습에 많이들 환호하신 것 같으시더라고요. 물론 저도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