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이 포스팅은 에반게리온 TVA의 내용이 뭐였는지 이제 가물가물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볼 의지는 없는 사람이 썼습니다.
헛소리가 있을 수 있으니 양해바랍니다. 만약 틀린 내용이 있다면 댓글로 뭐가 틀렸는지 알려주시면 아주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스포주의!
에반게리온 tva를 그냥 오타쿠 교양 삼아 한 번 쓱 본 게 전부라, 신극장판을 볼 생각은 없었지만 친구가 보자고 해서 보러감.
딱히 보고 싶었던 건 아니고 얼마 전에 5등분의 신부를 혼자 보러 간 내 모습이 겹쳐보여서... 같이 보러간 것에 가깝다.
아무것도 모르고 영화를 볼 순 없어서 서, 파, Q를 사흘만에 어찌저찌 다 봤는데, 그걸 보고 난 후 더욱 보러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했고...
아래는 영화보러 가기 직전에 서, 파, Q를 급하게 보고 남긴 소감.
Q를 그렇게 끝내고 10년 가까이 질질 끈 건 진짜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다카포는 안 봤지만 어떤 걸 내놔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지 않나 싶었음.
내가 Q에서 이해한 건 그냥 카오루랑 신지가 사랑했다는 것 정도.. 응.. 그 상황이면 그렇게 사랑할 수 있지, 그렇지.
사실 전 에바를 신지와 나이 차이가 이미 크게 난 시점에 오타쿠 교양 삼아 봤거든요.
그래서 로봇 액션이 멋있고 연출이 감각적이라고만 생각했고, 그 모든 개같은 걸 옛 세기말 감성의 유물 정도로 넘기고 지나갔던 터라...
에반게리온 애니메이션을 굉장히 가볍고 얄팍하게 즐긴 후에 바로 다른 컨텐츠를 보러 떠났다.
이런 나한테 극장판은 좀 과한 거 같다. 이걸 이해하기 위해 TVA를 또 보고, 성경을 읽고, 대사 하나하나를 분석해야 하는데 그건 사랑이 필요하잖아요?
이해에 사랑이 필요한 작품은 많이 부담스럽다. TVA까지가 적당했던 듯.
그런 의미에서 에바는 오딱후 자존심을 긁어서 꼬꼬마 덕후를 심연의 덕후로 인도하는 작품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극장판은 그런 TVA의 심화편이고.
심화과정 밟고 싶지 않았던 나약한 덕후는 좀 고통스러움. 에반게리온 석사 박사님들을 위한 엔드컨텐츠를 내가 어떻게 이해함.
다카포를 보고 난 후 시리즈에 대한 감상이 판이하게 달라지기는 함. 근데 내가 다카포에서 뭘 새로 발견한 건 아니고...
그냥 의자가 흔들리고 자꾸 뭐가 펑펑 터져서 재밌었다. 그리고 탑건을 4D로 보지 못한 것을 매우 후회했다.
나는 신극장판 마지막편을 탑건보듯이 봤고 그런 관점에서는 아주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작화도 좋았고, 로봇도 싸우고, 의자도 흔들리니 만오천원 내고 유니버셜 스튜디오 온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인터넷에서 본 수많은 분노의 글과 성불하는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님.
TVA는 캐릭터 서사가 압도적이었다.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식의 키모이함과는 별개로 아스카는 단순한 츤데레 캐릭터가 아니었고, 레이는 그냥 쿨한 캐릭터가 아니었음.
반면 신극장판에서 캐릭터의 입체성은 납작해졌고, 새로 등장한 신캐는 모에도식에 아주 충실했다.
이건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도 직설적으로 변하면서 일어난 변화로 이해할 수 있는데, 반면 떡밥풀이는 전혀 직설적이지 않아서... 뭐지 싶었다.
설정 꽁꽁 숨기는 건 TVA나 극장판이나 비슷했는데 그걸 말하는 방식이 다르니 25년 전 TVA가 밸런스적인 측면에서는 그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가 그걸 본 지 몇년 안됐음에도...
신극장판과 TVA의 차이에 대해서 더 이야기해보자면, TVA가 소년기의 종말을 그렸다면 신극장판은 어른이 되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소년기의 끝보다는 어른이 되는 과정을 그릴 때 개인의 가치관이 좀 더 잘 드러난다는 점에서,
그리고 영화에 드러난 가치관이 좀 전통적이라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거 같다.
TVA의 신지가 제대로 된 어른 없이 결말을 맞았다면, 신극장판에서는 신지 주변에 어른 노릇해줄 사람이 없으니 친구들을 어른으로 만들어버렸다...
영화판에 주어진 시간상 한계를 감안하면 납득 가능한 선택이긴 한데, 어쨌든 신지가 전통적 사회와 가정의 따뜻함 속에서 겡끼해진 건
뜬금없이 (시리즈와 관계없어보이던) 전통적 가치관을 강요받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뭐, 결론적으로는 이 시리즈 말고 다른 시리즈에 인생을 베팅한 덕후라 가볍고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뭘 제대로 이해한 것 같지는 않지만...
그리고 나는 또 다시 모든 컨텐츠를 에반게리온의 틀에 맞춰 해석하는 병에 걸려버렸는데,
그러다가 5등분의 신부도 결국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을 계승한 작품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최종적 여자친구를 결정하는 방식 때문인데, 5등분 결말이 더 빨리 나왔지만 시간을 뛰어넘는 계승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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