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초창기에 5화 정도 보다가 만 전적이 있다. 그렇게 얼마 전까지 잊고 지내다가 웹툰화 소식을 들었다.
웹툰화가 된다는 것은 정말 축하할 일이나...
네이버 웹툰에서 웹툰화가 진행되는 경우, 문피아와 시리즈를 제외한 다른 플랫폼에서 작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막아버리곤 한다.
아직 카카오페이지에서만 연재를 중단했지만.. 네이버 웹툰의 그동안 전적을 볼 때 외전 연재가 끝날 때되면 타 플랫폼 연재도 막히겠다 생각됐다.
그리고 시리즈 어플에서 도저히 소설을 볼 수 없었던 나는 급하게 <변방의 외노자>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기억소거를 당한 후 노동교화형을 수행하던 외계인 예민준씨가 범죄자를 때려잡다가 잊혀진 기억을 떠올리는.. 내용이다.
초반 70화까지만 해도 사건물/수사물 느낌이 많이 난다. 나는 그쪽이 취향이 아니라 '이걸 계속 사서 읽어 말어,' 했고.
다행히도 그 이후로 진짜 재밌어서 쭉쭉 결제했다. 70화부터 탄력이 붙고 예민준씨 과거사가 본격적으로 풀리는 180화까지는 진짜 재밌다.
작가의 전작인 <은둔형 마법사>와 비슷한 듯 다른 세계관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고, <은둔형 마법사>보다 훨씬 유머러스하다.
문제는.. 예민준씨 과거사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귀여운 조연 여럿의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어서 좀 읽기 힘들다는 건데,
과거사가 어느정도 풀리면 다시 진도는 쑥쑥 잘 나간다.
이야기는 결말로 갈 수록 혼란해진다. 덕분에 읽는 독자의 정신도 함께 혼미해졌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 방구석에 출몰한 바퀴벌레를 사랑하게 돼서 세상 모든 바퀴벌레에게 연민과 동정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고..
용서에 대한 이야기인데 중심에 도M후라이팬이 있다....
와중에 기독교적 메타포가 끊임없이 나온다.
좀...불경했다. 내용적으로 불경하지는 않은데 이 내용을 담는 그릇이 아주 매우 불경했다........
그 혼란의 카오스를 헤쳐 도달한 결말은.. 조금 아쉽기는 했다. 작가의 전작인 <은둔형 마법사>와 다시 비교를 좀 해보자면,
<은둔형 마법사>의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서사를 완결시키기 위한 수단에 가까웠다면, 변노자의 이야기는 메시지 전달을 위해 구축된 것에 가깝다.
이 이야기의 결론은 정론에 가깝다. 이상론이 으레 그렇듯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끝냈지만, 이상향의 실현은 결국 보여주지 못했다.
이상에 다가가는 행보 그 자체에도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런 결론을 낸 것이겠지만, 이 때문에 서사가 완결된다는 느낌은 받지 못해서 아쉬웠다.
주인공의 멘탈적으로는 완결이 잘 났는데, 아무래도 전작에서 느꼈던 하나의 세계가 완성되는 짜릿함은 없어서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에서 예민준씨 처연이혼남으로 영업하는 분들이 종종 계시더라.
우리 예민준씨가 처연이혼남 테크를 타기는 하거든요?
근데 초반부터 그런 건 아니예요. 전처한테 질려서 남보다 못하게 구는 이혼 직후의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던게 자꾸 생각남.
제가 인간 대 인간으로서 그 태도를 이해했던 것과는 별개로, 예민준씨를 처연이혼남으로 즐기진 못하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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