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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판타지)·라이트노벨

[판타지 웹소설 리뷰] 은둔형 마법사 - 뇌에 과부하 걸리는 웹소설

 


어느 날 세계 곳곳에 열린 다른 차원과의 연결문, '채널.'
채널 개방과 동시에 지구에 이종족이 출몰하고 인류는 마법의 재능을 각성한다.
하지만, 채널이 열리기 훨씬 전부터 마법을 쓸 수 있었던 자가 있었으니.

 

한 때 지구 유일의 마법사였던 은둔형 외톨이의 강제 니트 탈출기.


 

서점 소개문 적당히 수정해서 올림. 저는 16권짜리 판타지 소설 줄거리 요약하는 재주는 없다.

 

근래 본 판타지 소설 중에 설정이 제일 독자적이고 특이했다. 독자적인 설정에 열광하는 나로서는 매우 반가운 소설이었다.

독자들에게 고유한 세계관을 설명하고 이야기 말미에 나올 떡밥을 뿌리기 위해 아무래도 초반부의 재미는 조금 희생될 수밖에 없었다.

초반엔 읽으면서 머리 아팠다. 글이 어려웠다기보단 정보량이 많아서 이걸 다 소화하려다보니 머리에 과부하가 걸리는 느낌이었음.

6권 쯤부턴 이런 작업이 끝나서 이야기가 탄력을 받고 정말 재밌어지는데 차마 남한테 5권 분량만 넘어가면 재밌으니 참고 읽으라는 이야기는 할 수 없다...

그리고 브레인 과부하 타임이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다. 이 때부터는 내용이 내가 그동안 쌓아온 윤리관에 어긋나서 머리에 과부하 걸림ㅋㅋㅋㅋ

 

이 소설 읽기 전에 텍스트 고어주의 경고도 좀 봤는데 그 정도까진 아닌 거 같다. 고어 기대하고 들어오면 좀 실망스러움.

인간의 심미안 기준으로 예쁘고 아름다운 것이 없을 뿐이고 신체훼손 묘사가 좀 길고 상세할 뿐이다.

고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주의하고 보셔야하며, 청소년에게는 절대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아닌데.. 고어를 목적으로 볼만한 책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유해한 건 맞음. 미친 살인마가 미드 CSI보다 많이 나오기는 함.

 

기존에 나온 판타지 설정을 뒤트는 작가의 상상력도 재밌었다.

 


“마력 보충 아티팩트라길래 목걸이나 반지, 귀걸이 같은 형식을 상상했는데요.”

내가 자주 쓰는 방식이거든. 하지만 위원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왜 굳이 그런 불안정한 형태를 골라야 하오? 손가락에 끼었다가 손목이 끊어지면? 귓볼에 꿰었다가 귀가 날아가면? 목에 둘렀다가 머리가 부서지면?”

 

- 은둔형 마법사 12권 中


 

책 후반부 갈 수록 빵빵 터져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이하 스포주의

 

 

여기 나오는 촉수가 귀엽다. 미친 소리같죠? 근데 이거 끝까지 읽으면 촉수 귀여워~ 소리가 절로 나옴.

마루와 윤민준의 관계를 보면서 반려동물이 인간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다시 돌이켜볼 수 있다. 부모도 못해주는 걸 촉수가 해준다..

새 최애 하나 모시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촉수가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문피아에 혹시라도 일러스트 있나 확인할라고 구경갔다옴ㅋㅋㅋ....

 

그렇게 15권까지는 정말 재밌게 봤는데.. 음 16권 되면서 갑자기 이야기가 정신세계로 넘어갔고 나는 EOE를 보는 기분을 오랜만에 다시 느꼈다.

 


“그 치 들이 쓰는 소설은 다 비슷해요. 하나같이 지독한 설정충에, 전개는 미친듯이 늘어지고 마지막에는 이상한 헛소리 지껄이다 끝나잖습니까.”

- 변방의 외노자 4화 中


 

차기작에 나온 작가님의 자학적 발언... 솔직히 맞는 말이기는 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저는 엔딩을 제대로 내는 장편보다 엔딩을 망한 장편을 더 많이 봐왔고, 어쨌든 떡밥 회수 잘 되고 계획한대로 엔딩이 나서 기뻤음.

정신세계든 뭐든 엔딩 제대로 잘 내주신 것만으로도 큰 일을 해주신 겁니다 작가님.

 

(책 초반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모성/부성에 대한 찬양의 기록이었다.

근데 그 기록 사이사이에 고기덩어리(방금 전까지 살아있었음)가 날라다니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