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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애니·게임·기타

[애니 리뷰] 여동생물 리뷰 - 에로망가 선생, 여동생만 있으면 돼.

여러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20년 초에 여동생물을 두 개 정도 봤었다. 아래는 그 때 쓴 리뷰.




1. 에로망가선생을 보다.

에로망가선생은 사실 1,2화 정도만 볼 예정이었으나, 야마다 엘프 때문에 5화까지나 봤으며 이즈미 마사무네 때문에 5화까지만 봤다.

에로망가선생은 잘 만든 작품이다.
요즘 이세계물이 욕을 먹은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작위적인 사건 발생'에 있다고 본다.
라이트노벨, 애니메이션도 어떻게보면 서사를 통해 재미를 주는 문학의 일종이라 볼 수 있는데, 그 문학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 갈등이다.
갈등은 말 그래도 '인간 간에 생길 수 있는 마찰'일 수도 있고, '목표와 욕망을 향해 가는 데 방해물로 역할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욕 먹는 이세계물은 이를 '몬스터의 습격'이나 '주위 사람들의 무시'같은 이벤트로 대충 때우려는 경향이 있어 갈등 해결을 통한 카타르시스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곤 한다.
에로망가선생은 놀랍게도 그 갈등을 이끌어내고 해결하는 과정을 물 흐르듯이 매우 자연스럽게 진행시키고 있다.
설정 자체가 무리수인 건 어쩔 수 없지만, 떡밥을 사전에 던지고 적당한 때 그걸 갈등으로 전개시키는 능력이 좋았다.

작화도 예쁘다. 수채화풍의 배경도 작품과 잘 어울리고, 인물 작화도 굉장히 예쁘다.

 


근데 이런 걸 굳이 최선을 다해 너무나도 잘 만든 게 정말 짜증난다.
이 노력의 결과물이 v피가 섞이지 않은v 여동생과의 연애 스토리를 위한 것이라는 게 너무 짜증이 났다.
차라리 못 만들었으면 짜증이 덜 났을 것,,,

 

사기리

 

사기리는 여동생 속성을 빠는 오타쿠들이 가지고 싶은 이상적인 여동생의 이데아와도 같은 존재다.
캐릭터 디자인도 귀엽고, 오타쿠 문화를 극혐하는 보통의 여성들과 달리 엣찌-한 일러스트를 직접 그리기도 하고, 혼모노라 공감대 형성도 쉽다.
거기에 다방면으로 오빠를 도와주는 착한 심성까지 갖춘 친구다.
그러니까 오타쿠의 망상 그 자체인데, 거기까지 괜찮음. 나도 오타쿠고 오타쿠의 망상 그 자체인 작품을 여럿 덕질했으니...^^
근데 왜 이게 여동생(중1)이죠???? 왜 여동생(중1)이어야 하죠?

 

사기리만 문제가 아니고, 이 애니메이션은 사기리를 포함한 중1 꼬꼬마들이 열심히 섹스어필을 한다.

그 광경이 개탄스러워서 몇 편 보고 꺼버리려고 했음.

근데 문제는.........

 

집값 상승률을 보고 한숨쉬는 직장인을 기만하는 야마다 엘프

 

얘가 너무 귀여웠다는 거다..........
대사에서 눈치챌 수 있다시피 약간의 기만속성을 가진 야마다 엘프 선생은
나의 애증의 대상이자 '나는 친구가 적다'의 원작자인 히라사카 요미 작가를 모델로 했다는 소문이 도는 캐릭터다.
그런 건 상관 없고 일단 얘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발 구르는 게 귀여워가지고 일단 계속 보기로 했거든요.

 

고장난 라디오처럼 여동생을 반복하는 마사무네

 

문제는 얘였음....

하렘물을 보기 위해선 남캐가 괜찮다는 정신승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저 미인들에 걸맞는 스펙은 없어도 괜찮지만, 최소한 사람구실을 하는 녀석이라는 느낌은 줘야 하지 않을까.
근데 마사무네는 잘 모르겠음. 인간적인 매력은 느껴지지 않고 공허한 '여동생을 좋아해'라는 외침만 가진 존재같다.

마사무네는 '여동생'과 '인기 작가'라는 두 가지 목표만 갖고 움직인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다른 모습을 애니메이션을 통해 확인할 길이 없다.
5화 끝까지 보는 동안 다른 캐릭터들의 성격은 대충이나마 파악했으나 마사무네가 어떤 캐릭터인가에 대한 답은 하기 힘들다.
이게 왜 문제냐면, 하렘물의 백미는 남캐 심리묘사에 있다. 순정만화의 꽃이 여캐 심리묘사인 것처럼.
근데 마사무네의 심리 묘사는 잘 모르겠다. 인간적이라기보단 '여동생'을 반복하는 기계에 가까운 느낌.

음... 저는 그저 이 집의 후견인이 본인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여 지금까지의 개판을 제대로 해결하길 바랄 뿐입니다.



2. 여동생물 하나 더 봄.

아까 나온 야마다 엘프의 모티프일 수도 있는 히라사카 요미 작가의 신작. '여동생만 있으면 돼.'
신작이라고 하기엔 좀 그런 것이 2021년 기준으로 이미 완결이 났다^^

내여귀 작가가 여동생을 못 잊고 여동생물을 또 집필한 것처럼 나친적 작가는 자신을 남자라 칭하는 여자애를 또 못 잊고 관련 내용을 썼다.
거기에 여동성 속성까지 더해버림. 허허...

'나는 친구가 적다'처럼 게임이나 소설의 내용이 중간중간 많이 등장해 이야기 진행을 돕는다.
생각보다 하렘느낌은 없다. 남자 캐릭터도 많고, 여성 캐릭터와 주인공 외 남성 캐릭터의 인간관계가 단절되어 있지 않다.
근데 하렘물은 확실히 맞는게 나는 아직도 왜 쟤네들이 이츠키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친구나 가족이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렸다. 특히 미야코.

농담은 정말 저질스럽기 그지 없다.

이걸 보다보면 캐릭터들이 성인인 이유가 좋아하는 술 이야기 넣고 거침없이 시모네타를 던지기 위함인가..? 싶을 정도다.

 

이 작품의 몇 명 안 되는 미성년자

 

근데 이걸 왜 끝까지 봤냐면, 저 저질 서비스신 사이에 제대로 된 직업인의 애환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드물게 주인공이 죄다 사회초년생 정도의 위치다보니 그 위치에서 느끼는 감상을 보는 게 재밌다.

 

이런 현실적인 부분이 재밌었다.

 

작화는 괜찮게 뽑혔는데, 여캐와 남캐 묘사의 괴리가 심하다. 서비스신에 모든 인력을 동원하고 남는 시간에 남캐 그린 느낌...
미야코의 캐릭터 디자인이 원작 일러스트 디자인과 느낌이 굉장히 다르다는 것도 아쉬웠다.

사쿠라장의 애완그녀 (이거 제목은 이상해도 내용은 하렘물 특성 감안하면 꽤 괜찮다)을 좋아했다면 이것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