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웹소설(로맨스)

[로맨스 웹소설 리뷰] 문제적 왕자님 - 왕자님 정말 문제적이시군요

 


왕실의 독버섯, 이대로 괜찮은가.

한때 온 레첸의 사랑을 받았던 왕세자였지만 희대의 스캔들의 주인공이 된 대가로 왕관을 내려놓아야 했던

왕실의 탕아. 왕실의 독버섯. 비에른 드나이스터.
사기를 당해 망하기 일보직전인 하르디 가문의 굴러 들어온 재산이 되어 결혼 시장의 급매물로 내던져진 에르나 하르디.

오늘내일 하는 늙은이의 재취자리 아니면 구제불능 쓰레기의 아내가 될 처지인 에르나 앞에 나타난

언뜻 구세주로 보이는 문제적 왕자님 비에른 드나이스터.

참 보기는 좋지만, 에르나 아가씨. 독버섯은 먹지 마세요.
먹으면 죽어요.


 

스포주의

 

서양풍 가상시대 배경이라 로맨스 판타지로 분류되는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 기준 판타지는 아니라...

 

외딴 시골에서 순진함을 간직하며 자라온 에르나가 바덴가 저택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인 발터 하르디에게 가게 되고,

마침 돈이 급했던 하르디 자작은 딸을 결혼시장에서 최고의 가격에 팔기로 결심한다.

한편 외도와 이혼으로 악명을 쌓게 됐지만 얼굴만큼은 끝내주는 왕자, 비에른 드나이스터는 에르나 하르디가 엮인 내기에 뛰어들게 된다.

비에른이 판돈을 따기 위해 한 행동은 에르나에게는 멋진 왕자님의 모습으로 다가왔지만, 동시에 결혼시장에서 에르나의 가치를 하락시키는데 일조하고,

그는 죄책감을 이유로 에르나에게 청혼한다.

그렇게 레첸의 요부 신데렐라가 탄생하는 줄 알았건만, 에르나의 결혼생활은 초장부터 아주 험난하기만 하다.

왜냐고요? 다정한 줄 알았던 남편이 다정한 건 맞는데 그래도 쓰레기였기 때문입니다.

 

매열무로 봤을 때도 비에른이 나쁜놈인 줄은 알았지만, 이번에 정주행하면서 보니 더욱 가관이었다. 70화 언저리 쯤에 뒷목 잡으면서 며칠 쉬었을 정도.

비에른보다 더한 악질 남주들도 많지만 비에른은 좀 차원이 다른 빡침을 선사한다.

그건 (비에른보다 더한 악질들이 주로 출몰하는) 현대로맨스 여주들은 부자는 못될지언정 어쨌든 남자없이 잘 살아~가 가능한데 반해,

에르나는 발터 하르디가 깎아놓은 평판과 바덴가의 양육방식 때문에 남자없이 잘 살아~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 시대 여성에게 기대되는 가치는 가정에 헌신하여 가정의 화목을 끌어내는 것이며

사교계를 쥐락펴락 할 수도, 외교에 기여할 수도 없는 에르나의 선택지 또한 좋은 대공비뿐입니다.

문제는 그 목표가 사실상 비에른에게 종속돼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비에른이 그걸 모르는 멍청이는 아닙니다.

에르나가 몰려있는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에르나가 애쓰는 모습이 귀여우니 무시하고,

'나도 했으니까 쟤도 할 수 있겠지,' 정도로 합리화하면서 방관하며 즐깁니다.

와중에 에르나는 너무 순진하고 착하여 저 나쁜놈이랑 사랑에 빠지고 바람직한 아내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오력하고 있으니 짜증날 뿐이었습니다.

로판에 자꾸 여권신장 얘기 나와서 지겨웠는데... 알고보니 독자 뒷목 잡지 말라고 넣어주신 것이었습니다. 제가 뭣도 몰랐네요.

 

이러나 저러나 거의 140화 넘게 빡침을 선사하는 이 소설을 왜 봤냐고요?

아름다운 문장, 무심한 듯 빵빵 터지는 개그와 캐붕 없는 섬세한 심리선 조율 때문이었습니다. 비에른 캐붕이 없어서 진짜 결말 직전까지 빡치게 하지만...

그리고 비에른은 그래도 범죄자는 아니거든요? 왕자로 태어나서 내색하는 법을 몰랐고, 어쩌구 저쩌구 하면 에르나의 마음도 독자의 마음도 풀린다.

또 구르기는 심하게 굴렀거든요. 근데 저놈아가 하도 괜찮은 척 하고 다녀서 작품 밖의 독자도 괜찮을 줄 알 정도로 괜찮아보임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