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다. 재작년에도 갔었는데 오타쿠 활동과 관련 없는 일로 방문한 터라 후기는 쓰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번 방문은 조금이나마 오타쿠 활동과 관련이 있었다는 이야기.
도착하니 박물관 초입부터 '관람객 수가 세계 3위에 등극했다'며 자랑하는 플랜카드가 널려있었다.
참고로 1등이 루브르 박물관이고 2등이 바티칸 박물관이다.
1등은 못 가봤고 2등은 10년 전 쯤에 가봤는데 인파에 밀려 뭘 구경할 수 없었던 기억밖에 없다.
국중박은 평일에 가면 그 정도는 아니다. 안심하시길😉
도착하니 점심시간이더라. 구내식당은 공사 중이고 그 동네에서 마땅히 혼밥할만한 곳도 없어서 이디야에서 대충 때웠다.
이디야가 박물관 여기저기에 있는 것 같은데 외부에서 으뜸홀 카페가 보이길래 거기로 감.
국중박 시그니쳐 라떼와 달 항아리 마들렌(유자맛)을 시켜보았다.

달항아리 마들렌은... 회사 다니면서 이디야 음식에 대한 기대치를 이미 내려놓은 후라 괜찮았음ㅎㅎ
다른 거 먹을걸... 실제로 보면 별로 달 항아리 같지도 않아서 생각없이 퍼먹다 아 이거 항아리 모양이었지... 이랬다.
시그니처 라떼는 달달하니 맛있었다. 흑임자가 들어갔는지는 이 글 쓰느라 이것저것 찾아보다 알게되었지만ㅋㅋㅋ
이디야 커피가 카페인 농도도 맛도 여러모로 좀 세다고 느끼곤 하는데 그게 국중박 시그니처 라떼에서는 장점이 됨.
음료 색감도 신경쓴 거 같은데 이디야 매장컵에서 그게 보이지는 않아 아쉬웠음.
박물관 안에 이디야 매장이 곳곳에 있으므로 한정 메뉴와 매장 위치에 관한 정보는 공식 블로그를 참고 바랍니다.
1. 재와 강의 도시 투어 (feat. 문송안함)
Q. 문송안함이 뭔가요?
A. 《문과라도 안 죄송한 이세계로 감》이라는 웹소설이요. 소설에 국립중앙박물관 이야기가 짤막하게 나옵니다.
코시국 때는 미리 예약 안해서 빠꾸먹고, 재작년에는 상설전시관에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
어쩌다보니 상설전시관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처음 가봄.
그 때 신라 토우를 보면서 친구들이랑 즐거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거 좋아했을 나이라😊
그 때는 박물관에 우리학교 애들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외국인이 참 많다.
아무튼 하루 안에 다 보려면 쉬지도 않고 끊임없이 돌아다녀야 하는 곳이고
특별전시도 많이 하기 때문에 사전에 계획을 잘 세우고 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아 난 물론 안 세워서 특별전시 하나 놓침^^;;;
이하 문송안함 스포주의
자, 문송 이야기로 돌아가서...
재와 강의 도시를 돌아다니던 김클레이오씨 일행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착하게 됩니다.
모든 국중박 관람객들이 그러하듯, 그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경천사 10층 석탑입니다.

밖의 야단법석과 달리 어두운 박물관 안쪽은 고요했다.
천장까지 뚫린 중앙홀은 바닥만 침수되었을 뿐, 대단한 피해는 없었다.
막 갠 하늘의 여름빛을 받아 홀 가운데 위치한 경천사 십층 석탑이 고요하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문과라도 안 죄송한 이세계로 감 309화 | 정수읠 저
내가 알기론 저 석탑이 대리석이라 산성비에 약해서 국중박 내부로 옮겨진 걸로 안다.
아무튼 김클레이오씨 갔을 때나 내가 고등학생 때 갔을 때나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문송안함에 나오는 김정진씨 일행 감상이랑 내 감상이랑 비슷했는데...
이제는 전세계인의 인증샷 스폿이 됐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옛날 느낌 업ㅅ다... 뭐 지금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중간에 보면 정진씨 난 전시실보다 벤치가 더 좋았어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그 느낌은 관람료 인상 전까지는 다시 느낄 수 없을 듯.
3층의 조각 공예관 쪽에 전시됐던 백자와 청자에서 흘러나온 수많은 사물과 식물이 백과 청의 정원을 이루고 있었다.
문과라도 안 죄송한 이세계로 감 309화 | 정수읠 저
체력 이슈로 3층 조각공예실에서 청자만 보고 나옴.
내가 309화 내용을 다 발췌해올 수는 없어서 개인적으로 작품과 관련있다고 생각되는 유물 중심으로 썰을 풀 수 밖에 없을 것 같음.

자 레티샤가 봤던 토끼가 여기 있다.
교과서에서 흑백사진으로 여러 번 봤던 것 같은데 발이 토끼인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자세히 보면 토끼가 엉덩이를 땅 위에서 살짝 떼고 있다. 귀여워.
그 옆에 귀룡(청자 귀룡모양 주자)도 있고 (청자 어룡모양 주자)도 있는데 작중에서 용 대신에 학과 토끼만 나온 걸 다행으로 여기시오들...
귀룡모양 주자는 뚜껑도 열려있더라😊

작중에는 '모란 상감무늬 매병'이라고 나오는데 모란 들어간 매병이 한두개가 아닌뎁쇼...
뭐 이 모란 저 모란 다 있었겠죠. 꽃이 제일 눈에 띄는 유물로 가져와봤습니다.
붉은 색은 구리 안료랍니다. 이 기법은 고려가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네요.

달항아리가 3층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1층에도 달항아리가 있었다.
한 번 더 가야하나... 뭐 아무튼 작중에 나왔을 달 항아리는 아무래도 이 유물이겠죠.
아무래도 제 한국사 이해 수준은 고등학생 때 리즈였을 것이므로 그 때는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이 가슴에 잘 와닿았거든요
지금은 잘 모르겠음... 청자실 다 돌고 지쳤었나봄.
그 깊은 숲속에 부처가 있었다.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이다.
문과라도 안 죄송한 이세계로 감 309화 | 정수읠 저
사유의 방에 가면 (구) 국보 78호와 83호께서 나란히 앉아계신다.

참고로 국보 지정번호제는 21년 말에 폐지되었고 이 웹소설 309화가 게재된 시점은 21년 초다.
미리 결정된 걸 알고 의도적으로 83호라 써둔 건지 아니면 그냥 우연의 산물인 건지 모르겠음.
존재하지도 않는 구반포 주공아파트 92동이 작중에 나온 걸 보면 우연은 아닌 거 같지만...
연재가 끝난 후 다시 돌이켜보면 클레이오 일행이 방문했던 장소는 사라졌거나 근미래에 사라질 곳들이 많다.
구반포 주공은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반포잠원 일대의 아파트는 싸그리 재개발 진행 중이거나 이미 재개발이 완료된 상태며, 조만간 강남고속터미널까지 재개발될 예정이다.
작중에서 지반이 침하되어서 호수가 되었다고 언급된 용산 미군기지는 공원이 되었고
서울역 구역사의 기능은 사실상 신역사가 대체하고 있으며
대우그룹은 사라져서 대우빌딩은 이제 서울스퀘어란 이름을 쓰고 있다.
경복궁은 두 번이나 훼손된 곳이며 환구단은 황궁우만 남아있다.
김정진씨 일행은 그런 곳들을 연재 당시에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1세대 프라이드를 타고 돌아님.
몇 년 전에 했던, '왜 하필 92동이냐'에 대한 답을 오늘 이 글 쓰면서 대충 알게되었다.
다시 박물관 이야기로 돌아와서, 사유의 방에서 생각에 잠기기란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니다..
여기도 전세계인들의 인증샷 장소거든요.
문송 이야기는 여기서 다 끝이니 문송 관련된 내용만 확인하고픈 분들은 여기까지만 보시면 되겠습니다.
2. 이슬람실
개관한 지 반 년 조금 넘었다는 이슬람실. 이슬람실은 상설전시관이고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이란 전시는 올 10월까지란다.
뭔 소린지 갔다온 나도 이해 못해서 기사 같은데 써진 내용 그냥 그대로 써놨다.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국인 다수는 이슬람 문화를 접할 일이 없었을 것이므로
이 전시는 철저히 이슬람 알못의 눈높이에 맞춰 기획된 듯했다.
나도 알못이라 많이 배워갔다.
3. 조각공예실 - 청자
《문송안함》과 관련이 적은 내용들은 이쪽에 씀.
어쩌다 해설사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정말 많이 배웠다.
내가 위에서 썰 푼 내용의 대다수는 해설사님께서 하신 말이다.
근데 너무 힘들어서 청자실 끄트머리에서 이탈했다... 죄삼다.

이중섭 화백의 그림이 이 주자의 동자 그림에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는 이번에 처음 들었다.
들었을 수도... 근데 수업시간에 졸다가 까먹었을 수도...
그 외에도 고려 시대에는 차를 말차처럼 갈아서 마셔서
(정확히는 다유와 다탕의 형태로 달여 마셨다던데 나는 평생 티백 홍차 우려먹던 사람이라 자세히는 잘 모르겠음)
찻잔이 국그릇만하다는 이야기도 재밌었다.

백자는 시간 때문에 달항아리만 챙겨보고 나왔다. 그렇게 바쁘게 간 곳은...
4. 기프트샵
😇
도원행주도 공책 사 옴.
5. 어메이징 타일랜드(특별전시)
요일별 드레스코드를 맞추면 표값의 10%를 할인해준다.
매표하시는 직원분께서 '미리 맞추고 오셨네요^^'라고 하셨는데 그냥 우연찮게 입고 온 옷이랑 그날의 드레스코드랑 맞았음.
불상을 원없이 볼 수 있다. 저는 맨날 보는 동북아시아 유물이 아니라 되게 재밌게 봤어요.
이쪽 전시가 사람이 적어서 그런가 걷는 부처님을 뵈었을 때에서야 사유의 방에서 느껴야할 감각을 느낀 듯.

6. 마무리하며


날 좋은 날 가면 이렇게 멋진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올해는 아니고 예전에 찍은 사진.
24년 초여름으로 기억하는데 그때만 해도 이렇개 번잡하지 않았다. 지금은 계단에 외국인 쌓여있음.
개관 초기를 기억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상전벽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덕후의 만국유람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덕후의 홋카이도 유람기 - (2) 비에이, 후라노 관광지 돌아보기 (0) | 2025.07.05 |
|---|---|
| 덕후의 홋카이도 유람기 - (1) 비에이 뷰버스 투어 A코스 (오전) (2) | 2025.07.01 |